인천 무관중 경기, 누구를 위한 선택이었나?
OSEN 조남제 기자
발행 2012.06.15 07: 00

철조망을 움켜 잡은 인천 서포터스의 응원가는 절규가 되어 메아리쳤다. 인천은 종료 1분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그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경기에서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가 나왔다. 인천과 포항의 무관중 경기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경기였을까?
인천 유나이티드는 지난 14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15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 홈 경기서 주장 정인환이 헤딩 선제골을 터트렸지만 후반 추가시간 김원일에게 뼈 아픈 헤딩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비겼다.
후반 중반 수비수 1명을 더 늘리며 골문을 걸어잠궜지만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하고 인천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11경기 만의 승점 3점 획득과 김봉길 감독대행 체제 이후 8경기 만의 승리를 눈앞에서 놓치는 순간이었다.

인천은 지난 3월 24일 대전과 경기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로 인해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무관중 홈 경기 개최 징계'를 받아 이날 한국프로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관중 없이 경기를 치렀다.
애당초 프로축구연맹은 인천에 제 3지역 홈 경기 개최를 권고했다. 하지만 인천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재심을 요청, 결국 무관중 홈 경기를 치르며 팬들을 경기장 밖으로 몰았다. 제 3지역에서 경기를 치렀더라면 철조망을 잡고 응원했던 팬들은 경기장 안에서 선수들을 응원했을 것이고 선수들도 큰 힘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 무관중 경기는 그 누구를 위한 경기도 아니었다. 철조망에 가로막힌 팬들의 함성은 경기장 밖에 메아리쳤고 텅빈 관중석 아래의 그라운드에 선 감독과 선수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봉길 인천 감독대행은 이날 경기 후 인터뷰서 "관중들이 있었으면 조금 더 힘을 냈겠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이 아쉬웠다"며 "앞으로 이런 경기는 없었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황선홍 포항 감독도 "양 팀 모두 비슷하겠지만 낯선 것이 사실이다. 관중이 없는 것은 슬픈 일이다"며 "인천이 그런 느낌을 더욱 받았겠지만 우리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누구도 웃지 못했다. 양 팀은 이날 무승부를 기록했다. 인천은 전반 29분 정혁의 코너킥 크로스를 받아 정인환이 멋진 헤딩골을 터뜨리며 1-0으로 앞서나갔다.
그리고 후반 들어 포항의 공격이 거세지자 수비적인 전술로 전환해 정규시간이 모두 흐르도록 골문을 육탄방어했다. 그렇게 인천은 '무관중 경기의 씁쓸함'을 '11경기 만의 승리'로 보상받는 듯했다.
주어진 추가시간은 3분. 90분 동안 쉼없이 뛰며 때론 몸을 던지는 데 서슴지 않던 인천 선수들은 추가시간 3분 중 2분을 버텨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포항은 마지막 코너킥 찬스서 신진호의 크로스를 김원일이 머리로 받아 넣어 인천의 골망을 갈랐다.
그리고 종료 휘슬이 울리자 인천 선수들은 허망함을 이기지 못하고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야속한 철조망을 부여잡고 목청껏 응원했던 인천 서포터들도 그 순간 만큼은 적막이 흘렀다.
감독, 선수, 팬 그 누구도 원하지 않던 경기에서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가 나왔다. 프로스포츠는 팬들이 함께 해야 의미가 있다. 공허한 그라운드에 서고 싶은 선수는 없다.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인천-포항전과 같은 무관중 경기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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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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