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명실상부한 리그 정상급 셋업맨이다. 하지만 활약이 지속되려면 관리가 필요하다.
LG는 올 시즌 전체 일정의 약 40%를 소화한 가운데 팀 평균자책점 3.93을 기록, 롯데와 함께 이 부문 공동 3위를 마크 중이다. 2004시즌부터 지난 2011시즌까지 8년 연속 평균자책점 4점대 이상으로 투수진 운용에 고전했던 것을 돌아보면 지금의 LG 마운드는 이전과는 격이 다르다.
무엇보다 필승조 유원상(26)의 활약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유원상은 14일까지 32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1.93 12홀드로 LG 불펜진의 핵으로 자리 중이다. 전지훈련부터 팔 스윙 각도를 줄이고 투구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며 변화를 꾀한 유원상은 마침내 유망주 껍질을 깨고 나왔다. 유원상의 고속 슬라이더는 예측하고도 공략할 수 없는 올 시즌을 대표하는 마구다.

문제는 유원상의 등판횟수와 소화이닝수다. 유원상은 리그 불펜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경기에 출장함과 동시에 42이닝을 던지며 투구이닝도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2일 연속 등판이 6번에 달한다. 모든 투수가 각자 다른 어깨를 갖고 있기 때문에 혹사에 대한 공통된 바로미터를 설정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페이스라면 시즌 후반, 혹은 다음 시즌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LG 차명석 투수 코치 역시 유원상의 잦은 등판에 대해 “이대로 가다가는 탈이 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정황상 올해 당장 무너지기 보다는 내년이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LG 김기태 감독도 유원상의 등판을 조절하기 위해 코칭스태프와 머리를 맞대고 답을 찾고 있다. 시즌 전 선발투수로 낙점했던 임찬규를 불펜으로 돌려 유원상의 앞에 놓으려 했고, 임찬규의 구위가 살아나지 않자 우규민과 이동현의 비중을 늘렸다.
우규민이 5월 23일, 이동현이 5월 28일 1군 엔트리에 진입한 가운데 현재로선 이들이 김 감독과 차 코치의 해답이 될 수 있다. 일단 두 투수 모두 1이닝 이상 소화가 가능하며 2군에서 자신의 구위를 찾는데 성공했다. 우규민은 1군 콜업 후 10경기 14⅓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51, 이동현은 7경기 7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0을 기록 중이다.
차 코치는 “감독님은 우리들의 욕심으로 선수가 망가지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신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워낙 접전 상황이 많아서 유원상의 등판이 잦아진 것도 사실이다. 분명 유원상의 체력을 세이브하는 것은 남은 시즌 우리가 해결해야할 문제이며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2군에서 1군 진입을 기다리고 있는 투수들이 많다. 한희와 신정락의 상태를 꾸준히 체크하는 중이다”면서 14일에는 “이제부터 이동현은 이기는 경기에서만 등판시킬 것이다”고 불펜진의 양적향상을 꾀하고 있다.
일단 청사진은 나왔다. 지난 시즌 불펜 에이스였던 한희, 사이드암 강속구 투수 신정락이 성공적으로 1군 엔트리에 합류하고, 15일부터 연투에 나서는 봉중근이 이상 징후 없이 지금까지의 활약을 이어간다면, LG 마운드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게 될 것이다. 본격적인 순위싸움이 시작되는 여름을 앞두고 김 감독과 차 코치가 마운드 운용의 묘수를 발휘할 수 있을지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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