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SK 외야수 임훈(27)이 2번 타자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고 있다.
지난 6일부터 SK 선발 라인업 두 번째 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임훈이다. 2번 타자는 박재상이 주로 맡았던 타순이다. 박재상은 1할대 저조한 타율(.198)로 2군으로 내려간 상태. 그 자리를 임훈이 빠짐 없이 메우고 있다.

임훈은 지난 13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4번 타자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타순에 들어가 봤다"면서 "그런데 2번 타자가 가장 힘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올 시즌 주로 8~9번 타자로 나섰던 임훈이었지만 5~7번을 두루 거쳤다. 작년에는 톱타자로도 여러 차례 나섰다.
2번 타자의 어떤 면이 임훈에게 "힘들다"고 표현되는 것일까.
이에 "무엇보다 생각이 많아진다"는 임훈은 "타자가 출루해 1루에 있을 때는 도루를 염두에 둬야 한다. 주자의 움직임에 맞춰 희생번트 타이밍도 잘 잡아야 한다. 볼 하나하나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또 "타석에서는 볼카운트, 수비 형태, 주자 움직임을 한꺼번에 알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팀 배팅을 해야 할 때도 있다. 3번 타순으로 이어야 하는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그 어떤 시즌보다 2번 타자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즌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강한 2번', 두산 김진욱 감독은 '모든 상황을 반영한 2번' 등으로 따로 설명에 나설 정도다. 한편으론 장타력까지 요구되는 만큼 그 임무가 막중해졌다.
이만수 감독도 2번 타자에 대해 "기본적으로 영리해야 한다. 출루가 기본"이라면서 "작전수행 능력을 당연히 갖춰야 하고 주자가 나가 있을 경우에는 진루를 염두에 둔 팀배팅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때로는 참을 줄도 알아야 하고 또 때로는 과감하기도 해야 하는 2번 자리다. 임훈에게는 많은 공부가 될 뿐 아니라 야구를 더욱 겸손하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2번 자리다.
임훈은 지난 6일부터 뛴 8경기 동안 타율 2할(36타석 30타수 6안타)을 기록하고 있다. 이 중 주자가 있을 때 2개의 희생타를 쳤고 볼넷도 2개를 기록했다. 아직 만족할 수 없는 수준.
그렇지만 임훈은 "주어진 타순에 임무를 성실히 해내는 것이 선수가 할 일"이라며 "재상이형이 돌아올 때까지 2번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임훈은 14일 잠실 LG전에서도 우익수 겸 2번 타자로 선발 출장, 1회 볼넷을 얻어냈다. 이어 1-0으로 앞선 3회 김강민의 2루타 뒤 희생번트를 성공시켰다. 덕분에 SK는 최정의 희생플라이로 2-0으로 달아나 팀 승리를 굳힐 수 있었다. 어렵지만 서서히 2번 타자의 매력을 느껴가고 있는 임훈이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