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시장 안커지고 기존 팬이 이리 저리 이동
유권자 대하는 정치인처럼.."잘 부탁드립니다"
"움직이는 팬심을 잡아라!"

아이돌그룹들이 팬 유치 전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존 '우상' 자리에서 일찍이 내려와 팬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보다 더 과감한 '스킨십'을 시도 중이다.
제국의 아이들은 15일 부산 쇼케이스에 앞서 부산 시민들을 대상으로 직접 홍보에 뛰어든다.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인사를 건네듯 제국의 아이들 멤버들도 직접 유세에 나설 예정.
1차 타깃은 아이돌그룹의 인기를 좌지우지하는 여학생들이다. 제국의 아이들은 이날 오전 부산 서여고, 오후 해운대 여중을 방문해 삼각김밥 등 간식을 나눠주고 학생들과 일일이 '눈맞춤'에 나설 계획. 학생들을 상대로 호감도를 높이고 이들의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학교 대상 홍보를 마친 제국의 아이들은 거리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거리 유세'를 펼친 다음, 오후 8시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1억원을 들인 대형 무대 위에서 오는 7월 발표될 신곡을 미리 공개할 예정이다. 이같은 지방 쇼케이스는 이후 5개 도시에서 더 개최될 예정.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돼왔던 지방팬들과 스킨십 밀도를 높여 컴백에 힘을 싣겠다는 것.

지방팬들과의 스킨십을 높여 '팬심'을 밀집시키려는 시도는 앞서 인피니트도 시행했다. 인피니트는 지난 5월15일 컴백에 맞춰 단 하루만에 5개 도시를 흔들어놨다. 오전 9시 광주를 시작으로 부산, 대구, 대전을 돌아 서울까지 하루만에 5개 도시 투어를 진행한 것. 아시아 최다 물량이 투입됐고 헬기가 동원됐다. 그동안은 서울 쇼케이스에 어렵게 지방팬들이 찾아왔지만, 이제 가수가 직접 찾아가 노래를 들려주겠다며 자세를 낮춘 셈이다.
팬사인회, 팬미팅도 확연히 늘었다. 신인 그룹의 경우에는 공개방송이 끝난 후 인근 공원 등에서 팬미팅을 열어 방송국까지 와준 팬들에게 '보은'을 하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 팬사인회에선 단순한 악수를 넘어서 팬들의 볼을 쓰다듬어주고, 여자친구 대하듯 애교를 떨어주는 멤버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다.
이같은 변화는 지난해 남성 아이돌그룹의 수가 우후죽순 늘어난데 비해 이들을 응원하는 '팬 시장'의 규모는 그리 커지지 않았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새로운 팬이 유입되는 게 아닌, 기존 다른 가수의 팬이 새롭게 뜨는 그룹으로 왔다가 해당 그룹의 활동이 뜸해지면 금새 또 다른 그룹으로 '갈아타는' 현상이 심해진 것이다. 즉 한정된 팬들을 상대로 수많은 아이돌그룹이 서로 뺏고 빼앗기는 경쟁을 펼치게 된 셈.
팬들도 이를 눈치채고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팬들의 안하무인격 행동에 속앓이를 하고 있기도 하다. 신인가수들에게는 대뜸 반말을 하고, 신체 접촉을 시도하는 등의 행동을 하는 팬들이 늘고 있지만, 이들에게 엄격하게 대했다간 팬들을 다른 그룹에게 빼앗길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NS를 통한 소문도 무시할 수 없는 위험요소다.
팬매니저의 위상도 높아졌다. 뛰어난 말솜씨와 적극적인 '행동력'으로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입지를 다진 팬매니저들은 해당 가수의 매력을 홍보하고 각종 멋있는 게시물을 만들어내며 수많은 팬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별 관심이 없던 가수도, 이들 팬매니저가 관심을 갖고 홍보를 시작하면 그 가수에 대한 호감이 높아진다는 것. 지역별로 세를 불린 이들 팬매니저는 기획사의 중요한 '파트너'로 격상된 상태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한명의 팬매니저가 움직일 수 있는 팬들의 수가 꽤 된다. 한정된 팬덤 안에서, 다른 그룹의 팬들을 빼앗아오고 이를 다시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가수가, 기획사가 좀 더 자세를 낮춰 열심히 움직일 수밖에 없다. 쉬지 않고 신곡을 내고, 팬들 앞에 계속 노출되려 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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