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원정 홀가분하게 다녀오겠다는 말에 가슴에서 울컥하는 것이…"(황선홍 감독).
"누가 이길 것 같습니까? 이기는 사람이 올스타전 선발 출장하기로 했습니다"(최용수 감독).
'황새' 황선홍 감독과 '독수리' 최용수 감독이 올 시즌 두 번째 맞대결을 앞두고 한바탕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 오는 17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올 시즌 두 번째 맞대결을 펼치는 포항 스틸러스의 황선홍 감독과 FC서울의 최용수 감독이 15일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공동 미디어데이를 갖고 이번 맞대결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프로 시절과 국가대표팀, 그리고 지도자로서 절친한 동료이자 선후배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두 사람이다. 그러나 팀의 지도자인 감독의 위치에 있는만큼 상대의 말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
자존심 대결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쪽은 최 감독이었다. 출사표를 던지면서 "힘든 원정이지만 홀가분하게 다녀오겠다"고 한 최 감독의 발언이 황 감독의 자존심을 긁은 것.
최 감독은 "2주 간 경기가 없었고 14일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다. 휴식 시간이 이틀 밖에 허락되지 않았지만 좋은 분위기 속에서 맑은 정신으로 원정을 가겠다"며 "여지껏 우리가 원정에서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최근 그 기록을 깨고 성적을 가지고 오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편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홀가분하다'는 말의 의미를 밝혔다.
이에 황 감독은 "들으면서 자존심이 상한 것이 사실이다. 홀가분하게 다녀오겠다는 것은 포항을 쉽게 생각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듣자 가슴에서 울컥했다"며 "승부는 승부라고 생각한다. 전반기 내내 홈에서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렸기 때문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선보였다.
황 감독의 반응에 당황한 최 감독은 곧바로 "홀가분하다는 말에 있어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내려가서 경기하기 전까지 홀가분하고 편안하게 준비하겠다는 뜻이다. 결코 얕본 것이 아니다"라며 "오해하지 말아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일단락되는 듯했던 두 감독의 자존심 대결은 미디어데이 마지막 포토타임에 다시 한 번 불타올랐다. 포즈를 취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던 최 감독이 "누가 (경기에서)이길 것 같냐"고 취재진에게 질문을 던졌다. 대답이 없자 한마디를 덧붙였다. "경기에서 이기는 사람이 올스타전에서 선발 출장하기로 했다"는 것.
오는 7월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K리그 올스타전은 2002멤버들과 2012년 현역들과의 맞대결로 치러진다. 2002멤버에 속하는 황 감독과 최 감독은 포항-서울간 맞대결 승자가 올스타전에 선발로 출장한다는 신사 협정(?)을 맺었던 것. 최 감독의 발언에 황 감독 역시 "이겨야 올스타전에 선발로 나갈 수 있는데…"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입담으로 시작한 '황새'와 '독수리'의 자존심 대결이 그라운드 위에서 어떤 흥미진진한 결과를 불러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 감독 중 과연 올스타전에서 선발로 출장하는 선수는 누가 될 것인지 그 결과는 오는 17일 포항-서울전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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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황선홍-서울 최용수 감독 /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