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의 이야기가 아니다. 좋은 잠재력과 운동 능력을 갖춘 데다 아직도 충분히 젊은 나이인만큼 자만하지 말고 계속 힘내서 뛰라는 이야기다.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이 두 경기 연속 선발로 쾌투를 펼친 노경은(28)을 바라보며 ‘네 싱싱함이 부럽다’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14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경기를 준비 중이던 김 감독은 곁을 지나가던 노경은을 바라보며 “경은아, 나는 네 젊음과 싱싱함이 부럽다”라며 웃었다. 노경은은 겸연쩍은 듯 웃으며 라커룸으로 향했다.
노경은은 올 시즌 26경기(선발 2경기)서 2승 2패 7홀드 평균자책점 3.26(15일 현재)을 기록하며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셋업맨 보직에서 부담을 느끼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김 감독은 자신감을 찾아주는 차원에서 노경은에게 ‘선발 아르바이트’를 지시했다.

승리는 하지 못했으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노경은은 선발 두 차례서 13⅔이닝 8피안타 3실점으로 평균자책점 1.98의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피안타율이 1할6푼3리에 불과했으며 탈삼진도 17개나 기록했다. 좋은 잠재력을 갖추고도 제구난이나 마운드에서의 불안정한 모습으로 꽃을 피우지 못하던 노경은은 선발 두 차례 아르바이트에서 자기 공을 확실히 믿을 수 있게 되었다.
4선발 임태훈이 복귀하기 전까지는 노경은이 일단 로테이션의 공백을 메울 것으로 예상된다. 은퇴 위기까지 몰렸던 노경은을 지켜보며 ‘너는 충분히 좋은 투수다’라며 격려하던 김 감독은 마인드의 성장은 물론 탁월한 운동능력을 잃지 않고 제 구위를 뽐내는 노경은에 대한 대견함을 넌지시 드러냈다.
“이전에도 2군 투수코치로 있을 때 ‘난 네 나이가 부럽다’라고 이야기를 건네주던 선수들이 있었다. 경은이도 그랬고 서동환 등 공도 좋고 힘도 대단한 데 자기 공을 못 던져 2군 투수가 되던 선수들에게는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 좋은 잠재력을 갖춘 투수들이 2군에 익숙해지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그런 이야기를 한 바 있다”.
그렇다면 김 감독이 빙긋 웃으며 이미 1군에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노경은에게 그 이야기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 훨씬 더 많은 ‘파이어볼’을 던져야 하는 만큼 현재에 자만하지 말고 더욱 강한 마인드를 갖춰 달라는 속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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