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4번만 들어가면 다들 그러는지 모르겠네".
최근 롯데 양승호(52) 감독은 4번 타자 자리 때문에 걱정이다. 4번 자리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소화하고 있던 홍성흔이 오른쪽 갈비뼈 실금 부상으로 6월 내 복귀가 불투명해 진 상황.
홍성흔의 타격 컨디션이 잠시 내려갔을 때 잠시 4번을 맡았던 전준우는 그 자리에서 타율 2할2푼5리 2타점으로 부진했다. 또한 강민호는 지난 9일과 10일 KIA전 두 경기 4번을 맡았으나 8타수 1안타에 그쳤고 두산과의 주중 3연전에서 4번을 친 황재균은 13타수 1안타 1타점으로 부진했다.

양 감독을 더욱 답답하게 하는 건 4번 자리에만 들어가면 선수들이 잔부상을 입는 것. 강민호는 10일 경기에서 투구에 맞아 오른 엄지 손가락 손톱이 벌어지는 부상을 입어 결장이 불가피했다. 또한 황재균은 14일 경기에서 자신의 타구에 왼 발목을 맞아 15일 경기에선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전준우가 타격에서 하락세를 걷기 시작한 시점도 4번으로 들어가고 부터다.
때문에 양 감독은 15일 넥센전을 앞두고 "왜 4번만 치면 다들 그러냐"고 답답해 하면서 "그래도 오늘부터 강민호가 다시 출전할 수 있다. 민호가 4번을 맡을 것"이라고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강민호는 감독의 기대를 시원한 한 방으로 보답했다.
강민호는 6회까지 볼넷 하나와 2타수 무안타로 침묵해 4번 자리가 부담스럽지 않는가 하는 말이 오갔다. 하지만 0-2로 뒤진 8회 2사 후 강민호는 바뀐 투수 오재영을 상대로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 2스트라이크 노볼로 시작했지만 연속 3볼으로 5구 만에 풀카운트를 맞췄고 이후 6개 연속 파울로 커트를 해내며 오재영의 던질 곳을 지워 나갔다.
12구 승부 끝에 강민호는 오재영의 몸 쪽 낮은 141km 직구를 힘껏 잡아당겨 좌측 펜스를 그대로 넘겨버렸다. 비거리 115m짜리 올 시즌 8호 홈런이었다. 이어 박종윤까지 홈런을 날려 롯데는 극적으로 경기에 균형을 맞췄다. 이후 양 팀은 점수를 더하지 못해 연장에 돌입했지만 결국 2-2로 무승부를 거뒀다.
강민호의 홈런은 단순한 한 점이 아니었다. 홍성흔을 제외하고 올 시즌 처음으로 4번 자리에서 터진 홈런이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롯데는 이대호가 4번을 치던 2010년과 2011년에도 다른 선수들이 4번에 들어가서 단 하나의 홈런도 치지 못했다. 이날 8호 홈런으로 팀 내 최다 홈런으로 뛰어오른 강민호 덕분에 롯데는 타순 구성에 탄력성을 더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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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