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 최하위 한화가 번트에 무너지고 있다. 공격과 수비 모두 번트에서 미끄러진다. 날개없는 추락이다.
한화는 지난 15일 문학 SK전에서 2-4로 패했다. 경기 후 한대화 감독은 "번트 실패가 패인"이라고 했다. 2-2 동점이던 8회초 무사 1·2루에서 고동진이 번트를 댔다. 그러나 초구에 댄 고동진의 번트가 떴고, SK 포수 조인성이 잡았다. 번트 실패로 포수 파울 플라이. 결국 한화는 8회 무사 1·2루에서 득점을 내지 못한 채 8회말에 2실점, 2-4로 석패하며 4연패 수렁에 빠졌다.
8회 뿐만이 아니었다. 1-2로 뒤진 5회에도 무사 1루에서 정범모가 번트를 시도했지만 2구째 번트 파울이 났고 결국 투스트라이크로 몰리며 삼진을 당했다. 1사 1루가 되면서 선택의 폭이 좁아졌고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지난 3일 잠실 LG전에서도 7-7로 맞선 연장 11회 무사 1루에서 오재필이 1·2구 연속 번트 파울을 범한 뒤 4구째 스리번트 삼진으로 물러나며 흐름이 끊긴 바 있다.

올해 한화는 희생번트가 43개로 KIA(49개)·SK(47개)에 이어 3번째로 많다. 번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팀이다. 그러나 번트 만큼 많은 게 번트 파울과 번트 헛스윙. 번트 파울 42개, 번트 헛스윙 12개나 된다. 번트 성공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 번트 의존도가 높은데 성공률이 높지 않으니 불안불안한 경기가 될 수밖에 없다.
번트 이후 득점으로 이어진 것도 얼마 되지 않는다. 43개의 번트를 댔는데 득점으로 연결된 건 21개에 불과하다. 번트 이후 득점 성공률이 48.8%로 절반이 안 된다. 한화는 장성호-김태균-최진행의 클린업 트리오가 강하고, 고질적인 병살타 불안증으로 무사에서 주자가 있을 때 번트를 많이 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번트 확률 자체가 낮으니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잦아진다.
한화가 번트에 발목을 잡히는 건 공격에서 뿐만이 아니다. 수비에서도 매끄럽지 못한 번트 수비 때문에 어려움 겪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달 23일 광주 KIA전에서 7회 이준호와 이용규의 번트에 야수 선택과 실책으로 출루시키며 결승점을 내주고 말았다. 지난 7일 대전 롯데전에서도 9회 전준우와 조성환의 번트를 야수 선택과 내야 안타로 만들며 역전을 허용했다. 판단 미스와 번트 처리 과정이 미숙했던 결과였다.
공격에서 번트를 대고 수비에서 번트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듯 한화는 올 시즌 작은 부분에서 큰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섬세하고 세밀한 부분을 메우지 못하며 결정적일 때 발목을 잡히고 있는 것이다. 치고 달리고 던지는 게 야구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한화가 보여주고 있다. 단기간에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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