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경기 장기 레이스를 치르다 보면 특정팀에게 강하거나 약한 면모를 보이기 마련이다. 올해도 예외 없이 천적 관계가 프로야구 판도를 휘감고 있다. 어느 때보다 흥미롭게 천적 관계가 돌아가고 있다. 지난해와 다르게 천적 관계가 완전히 뒤바뀌는가 하면 더욱 확고하게 굳어지는 천적 관계도 있다.
▲ 뒤바뀐 천적 관계
가장 대표적으로 바뀐 천적 관계는 LG와 두산이다. LG는 지난해 두산에 7승12패로 뒤졌다. 2010년에도 6승11패2무. 하지만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었다. 2000년대 이후 LG는 두산에 87승133패4무로 확연하게 밀렸다. 라이벌이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열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확 달라졌다. LG가 첫 경기 패배 후 7연승으로 두산에 상대전적 7승1패로 우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투타에서 두산을 압도하며 달라진 LG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두산은 삼성을 상대로 앙갚음을 하고 있다. 지난해 두산은 삼성에 5승13패1무로 절대 열세를 보였다. 19경기 중 무려 10경기가 1점차 이내 접전 승부였지만 두산은 3승6패1무로 박빙에서 약세를 드러냈다. 올해 새롭게 두산 지휘봉을 잡은 김진욱 감독도 "삼성에는 밀리고 싶지 않다"고 의지를 보였다. 김 감독의 의지대로 두산은 올해 삼성에 7승2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1점차 승부에서도 두 번 모두 이기며 접전에서도 삼성에 밀리지 않고 있다.
두산에 당하고 있는 삼성이지만 반대로 한화에 보였던 약세는 완벽하게 떨쳐내고 있다. 지난해 삼성은 공동6위였던 한화에 9승10패로 유일하게 상대전적에서 뒤졌다. 1위와 공동 6위로 전력차를 고려할 때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천적 관계. 10패 중 6패가 역전패일 정도로 불펜이 공략 당했다. 하지만 올해는 9승2패로 철저히 되갚고 있다. 9승 중 7승이 4점차 이상 승리로 불펜이 필요없을 만큼 투타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한화를 누르고 있다. 천적 관계가 완전히 바뀌었다.

▲ 확고한 천적 관계
그러나 변함없이 확고한 천적 관계도 있다. SK와 한화가 대표적이다. SK는 지난해 한화에 12승7패로 우위를 점하는 등 지난 2007년부터 5년간 한화전 59승31패3무로 절대 우위를 보였다. 올해도 한화에 압도적인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맞붙은 7경기에서 모두 SK가 한화를 이겼다. 2연속 스윕 시리즈를 가져가며 1위와 8위의 전력 차이를 실감케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화전 8연승 행진을 벌이며 독수리 잡는 비룡으로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롯데도 KIA를 상대로 변함없이 천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KIA에 13승6패로 나머지 7개팀 중에서 가장 우위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6월30일부터 KIA전 마지막 7경기에서 모두 승리했고, 해가 바뀐 올해에도 첫 5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가졌다. KIA전 12연승 행진. 지난 6월10일 연승이 끊어졌지만 여전히 올해도 롯데가 KIA에 5승1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KIA가 2002~2003년 롯데전 18연승으로 특정팀 상대 최다 연승 기록을 갖고 있었는데 강산이 변하면서 사정도 달라졌다.
'엘넥라시코'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넥센와 LG의 관계도 흥미롭다. 지난해 상대전적 12승7패로 고비 때마다 LG의 발목을 잡으며 새로운 쌍둥이 천적으로 군림하기 시작한 넥센은 올해도 LG전에서 7승4패로 우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올해 LG에 가장 많은 패배를 안긴 팀이 바로 넥센. 여전히 LG는 넥센이 껄끄럽다. 두 팀은 16일 현재까지 나란히 공동 2위에 오르며 상위권에서 경쟁하고 있다. LG가 넥센을 반드시 넘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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