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경쟁프로 ‘패러디-디스’ 족쇄 풀렸나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2.06.16 10: 20

국내 방송사들이 각사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를 무시하거나 멀리했던 금기 사항들을 슬며시 풀어가는 분위기다.
불과 수 년 전까지, 지상파 3사 TV의 경우 자체 프로그램에서 타 방송사 이름과 프로그램을 언급하는 사례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게 사실. 하지만 최근 예능 프로를 중심으로 타사의 인기 드라마는 물론이고 심지어 경쟁 프로를 실제 명칭으로 거론하는 사례를 자주 목격할수 있다.
또 과거에는 타 방송사 이름의 첫 이니셜에 본부를 붙여 ‘M본부’, ‘K본부’, ‘S본부’라고 조심스럽게 얘기했던 것과는 달리, 상당히 자유로워진 분위기다.

타 방송사의 인기 프로그램을 패러디 하는 것은 물론 디스(공격성 발언)까지도 자연스럽게 내뱉는다. 민감한 부분일 수도 있지만 이는 요즘 들어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으로 소구되고 있다.
이러한 패러디와 디스는 장르를 불문하고 예능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지난 15일 방송된 SBS ‘고쇼(Go Show)’에서 타 방송사 프로그램에 대한 디스가 정점을 찍은 듯하다. 이날 배우 김응수는 자신이 출연하고 있는 MBC 주말드라마 ‘닥터진’과 동시간대 경쟁하는 SBS ‘신사의 품격’을 거침없이 디스했다.
김응수는 “‘신사의 품격’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막연하다. 신사의 품격이라는 게 뭐냐. 여자들한테 술 잘사는 거냐”고 독설한 것에 이어 SBS에서 MBC 드라마를 홍보하기까지 했다. 김응수는 “‘닥터 진’은 흥행코드를 많이 가지고 있다. 의학드라마 불패 신화가 있고 사극과 타임슬립 소재가 합쳐져 상당히 재밌다”는 반전 발언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패러디에서는 KBS 2TV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가 단연 돋보인다. ‘넝굴당’은 SBS의 ‘짝’을 ‘짝꿍’으로 패러디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넝굴당’의 패러디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 방송에서 극 중 드라마 PD 차윤희(김남주 분)은 자신의 드라마 시청률이 ‘전하를 품은 중전’ 때문에 떨어졌다는 내용이 그려졌다. MBC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해를 품은 달’을 패러디한 것.
또한 ‘넝굴당’의 박지은 작가는 자신이 집필한 드라마 ‘내조의 여왕’을 언급하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김승우가 카메오로 등장해 아내 김남주가 ‘내조의 여왕’에 나왔던 것과 관련한 대사로 웃음을 자아냈다.
예능과 드라마 등이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타 방송사 프로그램을 언급, 기존의 엄격했던 분위기에서 탈피해 서로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훈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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