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지 않는 샘' 두산 포수 왕국의 새얼굴 박세혁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6.17 08: 59

또 한 명 등장했다. 전통의 포수 왕국 두산이 새로운 명품 포수 탄생을 예고했다. 올해신인으로 들어온 박세혁(22)이 그 주인공이다. 양의지·최재훈 외에 박세혁이 제3의 포수로 새롭게 얼굴을 내민 것이다. 
두산은 지난 16일 잠실 삼성전에서 6-8로 패하며 6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지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1-7로 뒤진 경기를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6-8로 따라붙으며 끈기를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그 중심에 바로 박세혁이 있었다. 김진욱 감독도 "새롭게 등록된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에둘러 박세혁을 치켜세웠다. 
▲ 갑작스런 등장, 깜짝 대활약

박세혁은 이날 갑자기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좌완 투수 이현호가 1군에서 말소되고, 박세혁이 SK와 2군 경기가 펼쳐진 송도구장에서 급히 1군의 부름을 받고 잠실로 이동했다. 두산은 기존의 양의지·최재훈·김재환에 박세혁까지. 이례적으로 4명의 포수가 엔트리를 차지했다. 주전 양의지와 백업 최재훈 체제에서 김재환이 타격 강화 차원에서 1군 엔트리를 차지했다. 그런데 여기에 박세혁까지 들어온 것이다. 
두산은 이날 양의지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왼손 엄지손가락 통증 때문에 최재훈이 주전 포수로 출장했다. 그러나 경기는 6회까지 삼성이 7-1로 리드하며 기울어가고 있었다. 김진욱 감독은 7회초 최재훈을 빼고 박세혁에 대수비로 포수 마스크를 씌웠다. 박세혁은 7회말 무사 1루에서 데뷔 첫 타석에 들어섰다. 장원삼은 초구에 바깥쪽 슬라이더를 택했고, 박세혁은 마치 기다렸다는듯 잡아당겼다. 타구는 우중간에 떨어졌고, 상대 수비가 빈틈을 보인 사이 2루까지 내달렸다. 데뷔 첫 안타를 2루타로 장식한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8회초 수비에서는 무사 1루에서 발 빠른 1루 주자 김상수의 2루 도루를 빠르고 정확한 송구로 저지하며 강한 어깨까지 과시했다. 여세를 몰아 5-8로 추격한 8회말 2사 2루에서 안지만을 상대로 초구 바깥쪽 볼을 골라낸 뒤 2구째 바깥쪽 슬라이더를 밀어쳐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적시타로 연결시켰다. 8-6으로 추격당한 삼성은 안지만에 이어 정현욱 그리고 오승환을 8회에 조기 출격시켜야 했다. 경기 후반 추격의 불씨를 당긴 박세혁의 존재감이었다. 
9회에도 박세혁은 2사 1·3루에서 삼성의 더블스틸을 간파해 2루로 던지는 척 하며 투수 변진수에게 송구한 뒤 다시 공을 넘겨받아 3루와 홈 사이에 걸린 3루 주자 강명구를 몰아붙여 태그아웃을 이끌어냈다. 노련한 대주자 강명구도 새파란 신인 박세혁의 센스 만점 플레이에 꼼짝 없이 당했다. 
▲ 준비된 신인, 두산의 행복한 고민
신일고-고려대 출신의 박세혁은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전체 47순위로 두산에 지명받았다. 포수 뿐만 아니라 3루와 우익수 수비도 볼 수 있는 활용도 높은 선수로 기대를 모았다.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2군에서 담금질 중이었다. 그리고 데뷔전부터 두산의 화끈한 추격전을 이끄는 공수 활약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준비가 되어 있는 선수였기에 가능한 활약이었다. 
경기 후 박세혁은 "처음으로 1군 무대에 섰는데 관중도 많고, 라이트도 커져있어 얼떨떨한 기분으로 경기에 임했다"며 "코치님들께서 '2군에서 하던대로 같은 마음으로 하라'고 하신 조언을 믿고 차분하게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첫 타석 2루타에 대해서도 "신인선수가 나오면 변화구를 많이 던지더라. 그걸 노리고 들어갔는데 좋은 타격이 됐다. 아버지와 코치님들도 편하게 힘 빼고 타격하라는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박세혁이 말한 아버지란 1980~1990년대 해태·쌍방울에서 활약한 박철우 KIA 2군 총괄코치. 1989년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하는 등 해태에서 5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박 코치의 아들로 야구선수 2세. 이날 SK와의 2군 퓨처스경기가 열린 송도에서 1군 호출을 받은 뒤 잠실로 향하던 중 박세혁은 아버지 박 코치와 전화 통화를 했다. 박 코치는 "축하한다. 신인답게 파이팅하고, 주어진 기회에 충실하라"고 격려했다. 아버지의 조언에 아들은 인상적인 데뷔전으로 화답했다. 
1980년대 대표 수비형 포수 김경문·조범현에 이어 1990~2000년대 김태형·최기문·이도형·진갑용·홍성흔까지 전통적으로 내로라하는 대형포수들을 많이 길러낸 두산은 또 다시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양의지·최재훈·박세혁까지 3명의 포수를 놓고 활용도를 놓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마르지 않는 샘' 전통의 포수 왕국 두산이 거듭해야 할 행복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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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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