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최초 100타점', 박병호의 특별한 도전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6.17 07: 07

"비결? 주자 있을 때 조금 더 집중한 것밖엔 없다".
넥센 히어로즈 내야수 박병호(26)의 타점본능은 어디까지일까. 박병호는 16일 현재 타율 2할8푼9리 13홈런(4위) 51타점(1위)을 기록하며 넥센 공격을 중심에서 이끌고 있다. 특히 타점 페이스가 놀랍다. 팀 동료 강정호와 함께 공동 1위를 형성하고 있는 타점은 4번 타자의 덕목과 직결된다. 현재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박병호는 121타점을 기록하게 된다.
세부적인 기록을 뜯어보면 박병호의 기록이 더욱 가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득점권타율은 3할4푼8리로 시즌 타율을 상회한다. 또한 박병호는 몰아서 타점을 내기 보다는 꾸준히 타점을 쌓아왔다. 4월 타율 2할대 초반으로 부진했을 때도 박병호는 14타점을 올리며 제 몫을 했고, 5월 28타점, 6월 9타점 등 큰 기복 없이 타점을 올리고 있다.

박병호는 타점의 비결이 특별한 곳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16일 목동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만난 박병호는 "4번 타자로서 타율보다 타점이 중요하다는 말을 흔히 한다. 그렇지만 타석에 들어서면 그런 생각 자체를 아예 안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부담을 안 가지려 한다"면서 "다만 주자가 있을 때 좀 더 집중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바로 뒤에 버티고 있는 강정호도 도움이 됐다. 그는 "내 뒤에 (강)정호도 있지 않는가. 2아웃이 아닌 이상 내가 아웃돼도 뒤에 정호가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편하게 치는 것 뿐"이라고 강조하고는 "히어로즈 창단 최초 100타점 도전은 처음 알았다. 꾸준히 타점이 따라오고 있으니 만족스럽다"라고 말했다.
일단 꾸준한 출전은 이미 보장받은 상태다. 넥센 김시진(54) 감독은 박병호를 두고 "100타점 달성이 가능할 지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확실한 것은 하나 있다. 내가 박병호를 4번에서 뺄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지금까지의 활약만 놓고 보더라도 이미 박병호는 기대치 이상을 해 주고 있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관건은 여름을 어떻게 보내느냐다. 올 시즌이 첫 풀타임인 박병호이기에 체력 안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병호는 농담 삼아 '어차피 2군에서 한낮에 경기를 해 왔다. 그때도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었다'고 이야기 하지만 반드시 한 번은 위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박병호는 "박흥식 코치님이 7월이나 8월 쯤 반드시 고비가 올 것이니 그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넥센 박흥식(50) 타격코치는 "병호는 올해가 시험무대가 될 것 같다. 기술적인 면 보다는 정신력에서 갈릴 것 같다"고 말한다. 타자라면 한 번은 찾아오는 고비를 넘긴다면 한 명의 특급 선수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게 박 코치의 생각이다. 박 코치는 "체력 안배를 위해 몇 경기는 지명타자로 출전하도록 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워낙 집에서 내조를 잘 해준다고 들었다. 게다가 워낙 성실한 선수니 여름을 잘 이겨낼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만약 박병호가 올 시즌 페이스를 유지해 100타점을 넘는다면 히어로즈 창단 최초의 기록이다. 지난 2009년 외국인선수 덕 클락이 90타점을 기록한 게 종전 기록일 정도로 넥센은 타점 기계와 인연을 맺지 못해왔다. 과연 박병호가 히어로즈 프랜차이즈 최초의 '타점 기계'로 등극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