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불석봉' 손아섭, "방망이 놓을 틈 없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6.17 07: 17

16일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앞둔 목동구장.
경기 시작 1시간 전이면 보통 원정 팀 선수들까지 모두 훈련을 마치고 출전 준비를 한다. 그 시간동안 선수들은 씻고 식사를 하며 만반의 준비를 마친다. 그런데 그 시간까지 원정 더그아웃 구석에서 홀로 방망이를 잡고 타격 폼 수정을 하는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손아섭이다.
손아섭은 타율 2할9푼6리 1홈런 19타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풀타임 3할 달성을 노리고 있다. 지난 겨울 부상 때문에 제대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음을 감안하면 충분히 훌륭한 성적이다. 그렇지만 손아섭은 "지금 내 모습은 내가 용납할 수 없다"며 고삐를 늦출 수 없다고 강조한다.

타자들은 투수들이 자신을 상대할 때 어떤 심리상태인지 대번에 알 수 있다고 한다. 지난해까지 손아섭은 투수들이 자신을 피해 간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3할2푼6리의 타율 보다는 15개의 홈런과 25개의 2루타가 말해주는 장타력이 무서워서다. 손아섭은 "작년까진 투수들이 피해 가려다 오히려 가운데 실투도 많이 들어오고 했었다. 그런데 올해엔 투수들이 날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자신감을 갖고 들어오니 스트라이크 존 구석으로 공이 찔러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손아섭은 현재에 결코 만족할 수 없다. "현재는 체력이나 정신적인 면 보다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한 손아섭은 "지금은 날 떠나있는 타격 감각이 언제 돌아올 지 알 수 없다. 계속 방망이를 잡고 연습 하다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돌아오는 게 타격감이다. 그래서 난 방망이를 놓을 틈이 없다"며 계속 타격 폼을 잡아 보였다.
현재 손아섭이 가장 불만족스러운 부분은 타구의 질이다. "지금 나는 운이 좋아서 안타를 만들고 있을 뿐이다. 코스에 따라 안타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한 손아섭은 "작년하고 비교했을 때 타구질이 나빠진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 때의 감각을 되살리려고 작년 영상을 계속 보면서 모방하려 한다. 타격 연습을 할 때에도 계속 좋았을 때를 떠올린다"고 한다.
손아섭의 말 대로 올 시즌 그의 성적은 기복이 있다. 4월을 2할6푼5리로 시작한 손아섭은 5월 들어 월간타율 3할3푼으로 타격 감각을 끌어올리나 했다. 그땐 손아섭도 "이제 서서히 감각이 돌아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렇지만 6월들어 월간 타율 2할5푼5리로 다시 하락세다. 그가 방망이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다. "이제 절반 가까이 왔다. 70경기가 남았는데 여기서 페이스를 끌어 올려야 남은 시즌을 잘 보낼 수 있다"는 게 손아섭의 설명이다.
중국 후한 삼국시대 오나라 황제였던 손권은 장수 여몽에게 손에서 책을 놓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여기에서 '수불석권'이라는 말이 나왔다. 항상 책을 가까이 한 여몽은 '괄목상대'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야구선수 손아섭은 책이 아니라 방망이를 손에서 놓지 않아 '수불석봉'이라 할 만하다. 이제 다시 작년처럼 '괄목상대' 할 일만 남았다.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