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10번째 선발 카드 우규민 대성공 배경은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6.17 10: 10

“코치님이 선발로 나가라고 하시는데 장난하시는 줄 알았다.”
15일 LG 선수단은 비상사태에 빠졌다. 16일 선발 등판이 예정된 에이스 벤자민 주키치가 구토 증상을 겪으며 탈진, 등판 불가 판정이 내려졌다. 그야말로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가 비어버린 것이다. 결국 불펜 투수 중 누군가를 선발 투수로 돌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LG 차명석 투수코치의 선택은 사이드암 투수 우규민이었다. 차 코치는 15일 경기 중반 우규민에게 16일 선발 등판 통보를 내렸고 그대로 우규민은 그날 경기조에서 제외됐다. 우규민은 “코치님이 장난하시는 줄 알았다. 1·2군 통틀어 LG 유니폼을 입고 첫 선발 등판을 하게 됐는데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지난 시즌 경찰청에서 선발투수로 뛰었기 때문에 나를 선택하셨다고는 하지만 정말 당황했다”고 선발 등판 통보를 받은 당시를 돌아봤다.

긴급 선발 등판이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우규민은 통산 첫 선발 등판에서 7이닝 무자책점 호투를 펼쳤다. 5월 23일 1군 콜업 후 제구력을 되찾은 우규민은 이날 경찰청 시절 2군 무대를 지배했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수많은 내야 땅볼을 유도하며 KIA 타선을 압도했다. 우규민은 프로 데뷔 10년차에 첫 선발승을 거뒀고 LG도 KIA전 3연패를 끊었다.
“여기가 2군이라고 생각하고 던졌다. 그리고 전날 투수들이 많이 나와서 무조건 길게 던져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다른 거 생각하지 않고 그냥 한 이닝, 한 이닝에 충실하자는 마음이었다. 예상 투구수도 없었다. 내가 몇 개 던졌는지 물어보지도 않았고 마운드에 올라갈 때마다 아웃카운트 3개만 잡고 오자고 다짐했다. 가운데로 몰리더라도 낮게만 던진다면 장타는 맞지 않는다. 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이 잘 통했고 의도대로 내야 땅볼을 많이 유도했다.”
올 시즌 10번째 선발 카드 우규민의 호투와 함께 최악의 사태는 최고의 상황으로 변했다. 이날 경기 전 차 코치는 “지금까지 잘 버텨왔는데 드디어 고비가 왔다”고 근심을 드러냈지만 오히려 수준급 선발 투수 한 명이 추가됐다. 외국인 좌우 원투펀치 주키치·리즈, 신예 좌완 이승우·최성훈, 베테랑 우완 김광삼, 그리고 사이드암 우규민까지 가지각색 선발진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아직 LG는 우규민의 선발진 합류에 의한 6인 선발 로테이션 가동 여부를 확정짓지 않았다. 하지만 체력전에 임하는 7, 8월을 앞두고 다양한 선발 자원을 가동할 수 있게 된 것은 분명 엄청난 수확이다. 2군에서 대기하고 있는 이대진, 신재웅, 임찬규, 임정우까지 생각한다면 올 시즌 LG는 어느 팀보다 여유 있게 선발진을 운용하고 있다. 우규민 역시 선발 등판에 대해 자신감을 보였다.
“현재 제구력도 좋고 선발로 던지는 것도 좋다. 2군에 내려갔을 때 같은 사이드암 투수인 박석진 코치님 덕에 컨트롤을 잡을 수 있었다. 선발로 나오면 길게 매 이닝 던지는데 아무래도 단기간 집중해야 하는 불펜 등판보다 마음이 편하다. 작년에 선발로 성공한 경험도 있어서 그런지 자신 있다.”
시즌 전 LG는 8개 구단 최악의 선발진이란 평가를 받았다. 리즈가 마무리 투수로 전향하면서 에이스 주키치 외에는 지난 시즌 10승·100이닝 이상을 기록한 투수가 전무했다. 하지만 LG는 김기태 감독과 차명석 코치가 의도한대로 선발진의 신구조화·막강 불펜진 형성에 성공, 팀 평균자책점 3.82로 두터운 마운드를 구성하고 있다. 팀 평균자책점 순위는 곧 팀 성적으로 이어진다. LG 투수들의 활약이 시즌 끝까지 이어진다면, LG는 지난 10년과 또 다른 이야기를 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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