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김승우와 성시경, 이 예능늦둥이들의 발달기가 놀랍다. 정말 어디 예능 학원이라도 있는 건지, 한 주가 다르게 더 많은 웃음 폭탄을 장전하고 나타난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두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대 이상 예능인의 스멜(smell). 이수근 차태현 김종민이 공인된 웃음을 준다면 김승우와 성시경은 허를 찌르는 활약상을 보이며 새로운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KBS 2TV 주말 버라이어티 '해피선데이-1박2일'이 '다 내려놓은 듯한' 두 남자 덕에 풍성해지는 중이다. '아버지 캐릭터'를 자처한(?) 김승우와 '전혀 도도하지 않은' 성시경 덕이다. 두 사람은 '1박2일' 합류 전 갖고 있던 고정적인 이미지를 탈피, 그야말로 알몸으로 예능 정글에 뛰어들었다. 배우 내공 가득했던 김승우는 늙고 지친 몸을 달래가며 라면을 흡입하고, 어딘지 도도하고 재수없을 것만 같던 '엄친아 발라더'는 바바리를 입고 저고리도 입고 머리에 꽃까지 달았다.
두 사람은 몇달 전 '1박2일' 시즌2에 새롭게 합류,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다. 김승우는 이미 '승승장구'에서 안정적인 MC 활약을 하던 중이지만 과연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도 적응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성시경은 '1박2일' 시즌1을 포함해 여러 예능에 간간이 게스트로 나섰지만 사실상 '재미있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분위기 잡으며 노래 잘하는 발라드 왕자 이미지가 지배적이었던 상황.

그런데 요즘의 '1박2일'을 들여다보면 누구보다도 열심히,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는 두 사람이다. 예능선수 이수근이나 '1박2일' 터줏대감 김종민의 활약이야 말할 것도 없거니와 선수 못지않은 차태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예능감을 발휘했다. 엄태웅이나 주원의 소소하고 잔잔한 나노 개그도 자연스럽다. 누구보다도 자리를 잘 잡을 수 있을까 걱정을 샀던 김승우와 성시경이 '놀랍게도' 자신들의 몫을 120% 해내고 있어 훈훈하다.
김승우는 평소 남자답고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브라운관을 장악했던 그 배우가 맞는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편안하고 모자르고 친근한 캐릭터로 자라나고 있다. 집 밖에서는 잠을 못잔다던 사람이 이제는 어디서든 머리만 닿으면 잠을 자고 늘 배가 고파 안달이 났다. 쌀밥에 김치만 줘도 뚝딱 비워내고 바닥에 떨어진 음식까지 집어들 기세다. 게다가 최고령자 맏형인 까닭에 늘 동생들과 비교당하며 느리고 병약하다고 구박 아닌 구박을 듣지만 천연덕스럽게 게임에 초집중하는 모습이 반전 웃음을 선사한다.
성시경 역시 일명 바바리 자락 나부끼며 구슬픈 발라드를 부르던 고정된 이미지를 과감히 버리고 상황에 맞게 자신을 내려놓고 일분일초 웃길 고민만하는 성실한 예능 초보로 거듭났다. 그를 모르던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 건장한 총각이 간드러지는 트로트를 불러주면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고 나선다. 차태현을 따라 머리에 꽃도 달고 말로 웃기기보다는 몸으로 웃기는 재주를 익혔다.
'1박2일'이 1위 자리를 놓친 요즘, 역전의 드라마를 예감케 하는 힘은 바로 새로운 이들의 발달이다. 두 사람이 몸 사리지 않고 무게 잡지 않고 진정성 가득한 몸부림을 이어가는 한, '1박2일'이 예능 특공대로 완성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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