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우완 투수 노경은(28)이 5년 만에 승리 투수가 됐다. 날짜로 무려 1808일 만에 거둔 감격적인 선발승이다.
노경은은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삼성과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7회까지 115개 공을 뿌리며 3피안타 2볼넷 2사구 8탈삼진 2실점으로 막고 퀄리티 스타트로 시즌 3승(2패)째를 따냈다. 시즌 첫 선발승으로 평균자책점도 3.26에서 3.15로 낮췄다. 두산도 노경은의 역투를 앞세워 삼성을 8-2로 제압했다.
노경은은 지난 2007년 7월6일 대구 삼성전에서 깜짝 선발로 나와 6이닝 4피안타 3볼넷 1사구 5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이로부터 4년11개월10일 날짜로는 1808일 만에 선발승을 거둔 것이다. 이날 그가 던진 115개의 투구수도 2년차 시절이었던 2004년 6월5일 대전 한화전 106개 넘어 개인 데뷔 최다 투구수였다.

노경은은 올해 불펜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6일 잠실 SK전에 깜짝 선발등판했다. 선발 요원 임태훈이 부상으로 빠져있었고, 불펜에서 잃은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한 김진욱 감독의 임시조치였다. 그런데 이날 노경은은 6⅔이닝 3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1실점으로 예상밖으로 호투했다. 두 번째 선발이었던 지난 12일 사직 롯데전도 7이닝 5피안타 2볼넷 7탈삼진 2실점 호투.
비록 2경기 연속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6이닝 이상을 너끈히 소화하며 선발로서 가능성을 보였다. 4일 휴식을 취하고 다시 선발등판한 이날 경기에서 노경은은 자신의 위력을 다시 한 번 더 과시했다. 최고 149km 직구와 148km 투심 패스트볼에 141km 고속 슬라이더과139km 포크볼까지 구사했다. 5회까지 삼진 8개를 잡았다.
6회 2사 후 갑작스럽게 제구난을 보이며 볼넷 2개와 몸에 맞는 볼로 만루 위기를 자초했지만 손주인을 침착하게 유격수 땅볼로 솎아내며 실점을 막았다. 7회에도 공 10개로 간단히 삼자범퇴. 6~7회 힘이 떨어진 상황에서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고 넘어가는 위기관리능력까지 보이며 김진욱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직구(19개)와 투심(32개) 등 패스트볼 계열 뿐만 아니라 포크볼(28개) 슬라이더(23개) 커브(13개) 등 다양한 레퍼토리의 공을 섞어던지며 선발로서 잠재력을 보여줬다. 선발 전환 후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18.
성남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3년 두산에 1차 지명돼 계약금 3억5000만원을 받고 입단한 유망주였던 노경은은 그러나 기대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어느 순간 잊혀진 유망주가 됐다. 하지만 지난해 불펜투수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올해 우연치 않게 찾아온 선발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5년여 만에 거둔 선발승이 노경은의 향후 앞날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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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