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6월 한 달동안 한현희(19, 넥센 히어로즈)는 누구도 부럽지 않은 특급 불펜이다. 올 시즌 넥센은 화끈한 방망이를 앞세워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지난 해까지 강력했던 불펜은 연일 흔들려 역전패가 잦았다.
때문에 넥센 김시진 감독은 "불펜은 아직까지 해결이 안된다. 올 시즌 우리 팀의 과제"라면서 "한현희에게 기대가 많다. 욕심 같아서는 이길 때 한 이닝 정도를 소화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현희는 김 감독의 기대에 100% 보답하고 있다. 4월 7경기 평균자책점 6.75, 5월 3경기 평균자책점 11.25로 부진했던 한현희는 6월 들어 6경기에서 11이닝을 던지며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11이닝동안 피안타는 4개, 볼넷은 단 하나도 내주지 않았고 탈삼진은 10개를 잡아내며 빼어난 구위를 뽐냈다.

그리고 17일 목동 롯데전에서 한현희는 대망의 프로 첫 승리를 거뒀다. 넥센은 롯데와의 주말 3연전 내내 접전을 벌였고 앞선 두 경기는 불펜싸움에서 밀려 잡을 경기를 비겼고, 비길 경기를 놓쳤다. 그러한 가운데 15일 2⅓이닝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던 한현희는 17일 경기에서 선발 앤디 밴 헤켄이 마운드를 내려간 뒤 3-3으로 맞선 7회 마운드에 올랐다.
한현희는 3이닝동안 35개의 공을 던지며 스트라이크를 무려 27개나 꽂아넣을 정도로 강심장을 뽐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7km까지 찍었으며 최고 130km의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으로 롯데 타자들을 현혹했다. 꿈틀거리는 한현희의 직구와 낙차 큰 슬라이더에 롯데 타자들은 연신 헛방망이 질을 했다. 결국 한현희는 9회까지 3이닝동안 롯데 타선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봉쇄했다.
9회말 넥센이 상대 실책에 편승해 끝내기 승리를 거두게 되면서 한현희는 프로데뷔 첫 승리의 감격을 누리게 됐다. 경기가 끝난 뒤 한현희는 "내가 점수를 안 줬더라도 타자들이 못 쳐줬으면 승을 챙기지 못 햇을 것이다. 특히 오늘은 잘 맞은 타구가 많았는데 야수들의 도움이 컸고 타자로 나선 선수들이 잘 쳐줘서 감사하다"고 공을 동료 선수들에게 돌렸다.
지금의 자신이 있기까지 물심양면 도움을 잊지 않은 코칭스태프에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현희는 "정민태, 최상덕 코치님이 팔의 위치를 교정해 줘 볼 끝이 더 좋아진 것 같다. 1군 등록 후 많은 공을 던질 수 있는 요즘이 행복하다. 이 기세 몰아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기뻐했다.
김시진 감독은 "무엇보다 한현희가 잘 던져 준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고 신인 선수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흔들리는 불펜에서 우뚝 솟은 신인 한현희의 본격적인 시즌은 지금 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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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민경훈 기자,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