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의 재회' 강영식 "용덕한, 내 공 받으면 놀랄 것"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6.18 06: 35

"(용)덕한이랑은 이제 13년 만에 배터리로 만나겠네요. 아마 지금 내 공을 받으면 깜짝 놀랄 거에요".
50여 개밖에 되지 않는 고교야구 팀, 그리고 8개의 프로야구 구단. 많지 않은 숫자이기에 그 안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여러 인연이 엮이기 마련이다. 롯데라는 그릇에도 여러 인연이 담겨있다. 부산을 연고로 하고 있기에 부산고-경남고 출신 선수들이 만들어 낸 스토리는 롯데에선 흔하다.
지난 겨울엔 군산상고 출신인 정대현과 이승호가 나란히 FA로 롯데 유니폼을 입으며 롯데 내에 '호남 향우회'가 열리기도 했다. 롯데에서 뛰는 또 다른 군산상고 출신인 문규현은 "두 분 선배님은 학창시절 때 우상이었다. 롯데에 적응하시는 데 최대한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엔 대구상고(현 상원고) 출신 3인방이 롯데에서 뭉치게 됐다. 대구지역 전통의 강호인 대구상고의 전성기는 청룡기와 전국체전 우승을 차지했던 1999년, 그리고 황금사자기 우승과 청룡기 준우승을 차지한 1998년이다. 당시 대구상고의 전성기에는 투수 강영식(31)과 포수 용덕한, 그리고 유격수 박기혁이 있었다.
대구상고 동기생인 셋 가운데 강영식과 박기혁은 2006년 부터 롯데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었다. 그러다 이번에 용덕한이 트레이드로 롯데로 오게 돼 3인방은 실로 오랜만에 한 팀에서 뛰게 됐다. 현재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중인 박기혁이 돌아 온다면 세 선수는 14년 만에 같은 유니폼을 입게 된다.
용덕한의 롯데 입단을 반긴 것도 강영식이었다. 17일 목동 넥센전에 앞서 만난 강영식은 "사실 어제 덕한이한테 롯데로 올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14년 만에 같은 유니폼을 입게되는 것"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덕한이가 벌써부터 부산에 집 구할 걱정을 하더라. 친구로서 최대한 많은 도움을 줄 생각"이라며 벌써부터 동기를 챙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함께 고교를 졸업한 동기지만 프로에 와서는 맞상대를 할 때 식사나 한 번 하는게 전부였다. "저랑 덕한이 둘 다 술을 별로 안 마시거든요. 원정가서 만나면 밥이나 먹고 전화로 안부나 물어보고 했다"며 강영식은 아쉬워했다.
강영식은 잠시 13년 전인 1999년을 떠올렸다. 당시 대구상고는 에이스 장준관(전 LG)을 주축으로 강영식이 그 뒤를 받쳤고, 유격수 박기혁-3루수 이영수(전 KIA)가 촘촘한 내야를 짰고 용덕한이 포수 마스크를 썼다. 강영식은 그 때를 생각하며 "분명 덕한이가 지금 내 공을 받으면 달라진 모습에 깜짝 놀랄 것이다"라며 웃었다.
고교 3학년 당시 강영식은 최고 구속이 130km대 중반에 머무는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프로에 와서 기량이 성장하며 구속이 많이 올라왔다. 지금은 140km 중반을 심심치 않게 던지니 당시보다 10km 빨라 진 셈이다. 프로에 와서 각자의 길을 걸은 지 13년, 다시 만날 두 사람은 달라진 서로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 들일까. 분명한 것은 냉엄한 승부의 세계에서 기댈 곳 한 군데가 더 생겼다는 사실이다. 13년 전 우승의 주역이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다시 뭉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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