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트레이드는 쉽지 않습니다. 친정팀의 작전과 투수들의 성향을 알고 있는 만큼 그 팀의 허점을 잘 찌를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것도 한때 친정팀 투수들이 가장 선호하던 포수입니다. 한때 '트레이드 불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던 그가 이제는 새 팀으로 이적하게 되었습니다. '용포' 용덕한(31)이 2010년 준플레이오프서 자신의 손으로 격침했던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습니다.
두산 베어스와 롯데는 지난 17일 포수 용덕한과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서 유일한 아마추어 멤버였던 2년차 우완 김명성(24)을 맞교환하는 트레이드를 성사시켰습니다. 용덕한은 2004년 2차 8라운드로 입단한 뒤 7시즌 통산(상무 2년 제외) 307경기 2할2푼2리 3홈런 33타점을 기록한 수비형 포수이며 김명성은 2년 간 1군서 4경기 1패 평균자책점 9.39의 성적을 남겼습니다.
백업 포수와 전도유망한 투수의 맞트레이드. 롯데는 주전 포수 강민호의 부상 및 체력 안배를 통해 항상 1군 포수진 확충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두산은 전통적으로 포수 사관 학교라는 이미지가 강한 팀이지만 현재 정규 등록된 포수들 중 4명(양의지, 최재훈, 김재환, 박세혁)이 모두 1군 엔트리에 있습니다. 그나마도 김재환은 포수 훈련이 아닌 1루, 외야 전향을 염두에 두고 훈련했으니 2군에서 마스크를 쓰는 선수는 신고선수 김응민 뿐이네요.

포수진 속내를 살펴보면 그리 넉넉지 않은 가운데 두산이 용덕한을 롯데로 보내는 것은 김명성의 미래 가치를 높게 평가한 동시에 용덕한의 살 길을 찾아주기 위한 하나의 수단입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트레이드 불가 선수'로 놓았던 용덕한의 트레이드라는 점은 더욱 재미있는 시각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용덕한 필요하다면 수준급 좌완을
용덕한은 2009시즌 상무를 제대하고 팀에 합류했습니다. 당시 두산 포수진은 전 시즌 포수직 포기를 선언했던 홍성흔이 프리에이전트(FA)로 롯데 이적했고 채상병(삼성)이 점점 출장 기회를 잃어가며 최승환(한화)이 주전으로 나섰습니다. 그리고 용덕한은 1군 백업 포수로서 조금씩 출장 기회를 얻던 때이지요.
시즌 중반 SK에서 포수 트레이드를 제안했던 바 있습니다. 당시 김성근 SK 감독은 2009년 6월 24일 광주 KIA전서 당한 왼 발목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었던 주전 포수 박경완의 전열 이탈로 인해 정상호와 함께 1군 포수진을 책임질 포수를 필요로 했지요.
최승환이 그 때 삼성 강봉규와의 충돌로 무릎 인대 부상을 당했으나 채상병, 김진수(현 두산 배터리코치)가 남아있어 트레이드 가능성은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두산이 좌완 고효준과의 1-1 트레이드를 이야기하면서 용덕한 맞교환 거래는 없던 일이 되었습니다. 고효준은 그 해 11승을 거두며 SK 투수진을 이끌었던 좌완입니다. 사실상 트레이드 불가라는 이야기였지요.
상대팀에서 10승 이상을 거둔 좌완을 두산에서 직접 언급했다는 점은 그 때 두산이 용덕한을 얼마나 높이 평가했는지 알 수 있게 했습니다. 그리고 용덕한은 2009시즌 중반부터 주전 안방마님으로 마스크를 쓰며 79경기 2할4푼6리 1홈런 14타점으로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이 이어졌던 두산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습니다.
특히 용덕한은 날렵하게 바운드 되는 공을 블로킹하는 능력에 있어 팀 내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지난해 한화전서 낫아웃 3루타를 만들어준 모습으로 인해 선입견이 생기기는 했습니다만 블로킹 능력은 현장에서 먼저 인정하는 포수입니다. 빠지는 공도 몸을 던져 받는 만큼 두산 투수들이 가장 선호하던 포수 중 한 명이었지요. 용덕한의 약점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타격능력이었습니다.

▲ 검증된 외국인 투수보다 용덕한
후배 양의지에게 안방을 내준 2010년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서 용덕한은 무려 6할6푼7리(9타수 6안타) 4타점을 올리며 2연패 후 3연승 리버스 스윕을 이끈 두산의 주역이었습니다. 4,5차전 맹활약 덕택에 용덕한은 준플레이오프 MVP에 뽑히며 생애 최고의 날을 보냈고요. 2년 전 현 소속팀 롯데를 눈물 흘리게 했던 용덕한이 팀에 다시 존재가치를 확인시킨 순간입니다.
시즌 후 두산은 켈빈 히메네스(라쿠텐)와의 재계약 방침을 정한 반면 좌완 레스 왈론드에 대해서는 다소 불안하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우선적으로 새 외국인 투수를 영입한다는 전략이었으나 한편으로는 리그에서 검증된 투수를 데려오는 방안도 찾아봤습니다. 그 전략 중 하나는 2010년 KIA에서 8승을 거둔 로만 콜론의 보유권을 사들이는 것이었지요.
2010시즌 21경기 8승 7패 평균자책점 3.91을 기록했던 콜론. 물밑에서 KIA의 의사를 타진했던 두산은 포수와의 트레이드 협상 이야기가 나오자 테이블을 접었습니다. 용덕한의 이름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팀 내에서 가장 전략 이해도가 높고 투수들의 선호도가 높았던 용덕한은 두산 입장에서 '거래 불가' 선수였습니다. 여기에 준플레이오프 맹활약까지 있던 만큼 보호 선수 리스트에 있던 용덕한입니다.
그 외에도 용덕한을 탐내는 타 구단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롯데가 강민호의 백업 포수 영입을 고려하던 지난해 말엽에도 용덕한의 이름은 물밑에서 자주 오르내렸고요. 롯데 이적이 결정된 17일 오전 용덕한은 오히려 "2009시즌 중반 내 이름을 들었을 때부터 '언젠가 트레이드가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라고 이야기를 건네더군요.
▲ 기회를 찾는 트레이드, '윈윈이 되길'
용덕한의 가장 큰 장점은 주전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그에 맞춰 플레이할 줄 아는 '롤 플레이어'라는 점입니다. 2012년 초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에서 만났던 용덕한은 '내 역할은 주전 포수 양의지를 돕고 필요한 순간 집중력을 발휘해 팀에 보탬이 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막연하게 '주전 포수 자리를 차지하겠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의지가 자리 잡기 전까지 그동안 우리 팀 주전 포수가 거의 매년 바뀌었잖아요. 그렇게 되면 팀 전략도 매년 바뀌고 선수단이 전체적으로 새 안방마님에게 적응해야 되는 만큼 무조건 좋은 현상은 아니에요. 의지는 정말 좋은 포수입니다. 그리고 제 역할은 팀이 필요한 순간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깜냥 이외의 것을 욕심내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으로 보탬이 되겠다는 용덕한의 이야기에 듣는 입장에서도 느낀 것이 많았습니다.
김명성도 충분히 좋은 잠재력을 갖춘 투수입니다. 장충고 시절까지 내야수로 뛰다가 중앙대 입학 후 투수로 본격 전향한 투수인 만큼 또래들에 비해 어깨가 싱싱한 편입니다. 투구 밸런스가 맞지 않아 구속이 나오지 않았으나 새로운 팀으로 옮긴다는 동기 부여 측면에 새로운 코칭스태프가 그를 다른 시각에서 보며 좋은 쪽으로 이끌 수도 있습니다.
또한 고교 동창 이용찬, 이수중 동기 임태훈을 비롯 안규영, 김강률, 이원재 등 동기생들이 많은 연고지 팀에서 뛴다는 점도 김명성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김명성은 아시안게임 병역 특례를 통해 새 소속팀 두산에 공헌할 수 있는 시간을 2년 더 얻은 유망주입니다. 용덕한-김명성 트레이드가 '윈윈'이 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새로운 팀에 온 만큼 다시 적응해야 된다는 점도 있다. 그러나 롯데가 날 필요로 했기 때문에 이렇게 영입 절차가 이어졌다고 알고 있다. 팀이 목표로 하는 바에 가능한 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도로 보탬이 되고 싶다". 올 시즌 상당 기간 2군에서 뛰며 1군 그라운드에 대한 열망을 애써 감추려던 용덕한은 다시 제대로 된 기회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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