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인 선택이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포항 스틸러스로서는 공격진들이 돌아올 날을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됐다.
황선홍 감독이 지휘하는 포항은 지난 17일 포항 스틸야드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16라운드 홈경기서 후반 13분 터진 김대호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포항은 서울전 5경기 연속 무승(1무 4패)의 악연을 끊고 6승 4무 6패 승점 22점을 기록하며 중상위권으로 도약할 기회를 마련했다.

이날 포항은 부상으로 대거 이탈한 공격수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미드필더 황진성을 최전방 원톱 자리에 배치시킨 것. 마치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유로 2012 경기에서 스페인이 원톱 자리에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투입한 것과 비슷했다. 사실상 제로톱이었다.
포항은 기존에 원톱으로 기용되던 지쿠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 측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던 아사모아마저 골반 부상을 당해 전문 공격수가 부족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박성호를 원톱으로 기용하기에는 최근 물오른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서울을 이기기에는 너무 뻔한 전술이었다.
결국 포항은 파격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 특히 아사모아가 경기 전날(16일) 가진 마지막 훈련에서 부상을 당한 영향이 컸다. 황 감독은 "아사모아가 인천과 경기 전부터 몸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훈련을 마치고 못 뛰겠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항의 승부수는 생각대로 먹혀들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슈팅을 하지 못했다는 것. 중원에서 최전방으로 찔러주는 침투 패스는 합격점에 가까웠지만 공을 잡은 선수들이 슈팅을 시도하지 못했다. 노병준만이 전반 막판 한 차례 슈팅을 시도한 것이 전반전 포항이 기록한 슈팅의 전부다.
포항은 많은 변화를 주었다. 전반 초반 고무열과 지속적으로 자리를 바꾸던 황진성은 전반 중반부터 완벽한 원톱 자리에 위치, 전형적인 원톱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효과가 없자 후반 들어서는 고무열과 자리를 바꿨다. 사실상 제로톱을 포기한 셈이다.
황 감독은 "공격진의 부상이 많고 신진호와 문창진 모두 미드필더이기 때문에 선택한 전술이다. 공격진이 좋지 않고 부상도 많아 전체적인 변화를 줬다. 하지만 생각한 것 만큼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후반에 다시 변화를 주고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항은 웃었다. 후반 13분 김대호가 황진성의 코너킥을 받아 헤딩으로 연결, 서울의 골망을 시원하게 흔들었다. 그러나 황 감독은 웃지 않았다. 김대호의 골을 지켜본 황 감독은 무표정한 모습으로 벤치에 기대 앉아 있을 뿐이었다. 승리는 챙겼지만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
결국 포항으로서는 지쿠와 아사모아가 복귀해야 공격진이 제대로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지쿠와 아사모아의 부상이 심한 정도는 아니다. 지쿠는 5~7일 안에 팀훈련에 합류할 것이고, 아사모아도 검진을 받고 큰 이상이 없다면 돌아오는 주 안으로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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