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바리 오선진, 절박함으로 꿰찬 핫코너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6.18 10: 40

이제 더 이상 꽃사슴은 없다. 절박한 마음으로 한 타석에 들어서고, 한 이닝을 임한다. 한화 내야수 오선진(23)이 공수에서 눈에 띄게 성장한 모습으로 독수리 군단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오선진은 지난 17일 문학 SK전에서 공수 맹활약으로 5연패에 빠져있던 팀을 위기의 수렁에서 구해냈다. 0-2 뒤진 5회 1사 1·2루에서 수비에서 정근우의 3루 쪽 날카로운 타구를 다이빙 캐치한 뒤 정확한 송구로 병살타를 만들어내더니 6회 타석에서 팀의 첫 득점이 되는 솔로 홈런을 날렸다. 3-2로 아슬아슬하게 리드하던 9회에는 2타점 3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오선진은 올해 36경기에서 118타수 31안타 타율 2할6푼3리 2홈런 14타점 6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모두 데뷔 후 최다 기록 페이스. 아직 시즌 절반도 치르지 않은 시점에서 예년과는 눈에 띄게 달라진 활약을 펼치고 있다. 어느덧 주전 3루수 자리까지 꿰찼다. 확실하게 달라진 모습으로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다. 

오선진은 지난 2008년 성남고를 졸업하고 2차 4번 전체 26순위로 한화에 지명됐다. 데뷔 첫 해부터 고졸신인임에도 불구하고 1군 엔트리를 차지했다. 경기수(46경기) 자체는 많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을 1군에서 함께 했다. 안정된 수비력과 가능성을 인정받고 1군을 눈과 몸으로 직접 체험했다. 고졸 신인에게 쉽게 주어지지 않는 기회였다. 
그러나 기대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2009년 79경기에서 타율 2할6푼3리 2홈런 14타점을 기록한 것이 고작이었다. 2010~2011년 2년 연속 별다른 활약이 없었다. 플레이가 된다 싶을 때에는 갑작스런 부상이 찾아와 괴롭혔다. 그렇게 데뷔 후 4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렀다. 5년차가 된 올해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남다른 의지를 보이며 훈련에 매진했다. 
슈퍼루키 하주석이 입단하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임익준·이학준도 들어왔다. 같은 포지션에 경쟁자들이 늘어나자 오선진의 발등에도 불이 것이다. 그는 "이제 후배도 들어오고, 경쟁자들이 많이 생겼다. 예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훈련하고 있다. 독기를 품고 있다. 올해마저 못하면 군대 간다는 각오로 한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나 의욕이 넘친 나머지 캠프 중간 발목 부상으로 중도귀국하는 시련을 겪었다. 개막 엔트리에는 이름을 올렸지만, 2연전이 끝나자마자 다시 짐을 싸고 2군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2군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고, 5월 1군 복귀와 함께 백업 멤버를 시작으로 조금씩 입지를 넓혀갔다. 타격에서는 끈질기게 상대를 괴롭혔고, 수비에서도 실수를 하면 스스로에게 화를 냈다. 발이 아주 빠르지 않지만 도루도 과감하게 시도했다. 팀 내 최다 도루 6개. 
그는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아웃이 되더라도 투수의 투구수를 늘리고 위해 끈질기게 괴롭히려 한다"고 했다. 김용달 타격코치로부터 "타격이 기본이 안 돼 있다"는 지적을 받은 후에는 나머지 과외훈련도 열심히 받고 있다. 타구에 힘을 전달하고, 밀어치는데 집중하며 타격의 질이 좋아졌다. 
타격이 전부가 아니다. 오선진은 "도루도 기회가 되면 열심히 하려 한다. 수비에서도 실책이 있었지만 형들이 격려를 많이 해줘 힘을 얻었다. 지금은 뭐든지 열심히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스스로를 강하게 채찍질했다. 만족을 모른 채 절박함을 안고 사는 악바리로 거듭난 것이다. 그 사이 자연스럽게 한화의 핫코너도 그의 차지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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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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