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원우, '전남=이운재' 위협하는 도전자로 나서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06.18 08: 47

"전남=이운재라는 공식을 깨는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 같다".
전남 드래곤즈의 붙박이 골키퍼이자 상징과도 같은 이운재를 바짝 긴장시킬 신인이 등장했다. 프로 데뷔 후 두 번째로 출장한 경기에서 신들린 듯한 선방을 펼치며 팀을 승리로 이끈 류원우(22)가 그 주인공이다.
전남 드래곤즈는 지난 1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16라운드 경기서 신영준의 그림 같은 프리킥 결승골로 홈팀 대전 시티즌에 1-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전남은 5승6무5패(승점 21)를 기록하며 대구전 패배의 아픔을 달랬다.

이날 전남은 사실상 2군에 가까운 선수들로 선발 명단을 추렸다. 휴식기로 인해 18일 동안 6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은 정해성 감독이 도박에 가까운 2군으로 경기에 나서도록 만들었다.
코칭스태프조차 "그래도 이운재는 넣어야 하지 않겠냐"고 우려했을 정도로 어리고 경험 없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정 감독은 이 기회가 아니면 이운재의 뒤를 이을 제2의 골키퍼를 시험해볼 기회가 없다는 판단 하에 류원우의 이름을 선발 명단에 적어넣었다.
전남 유스 출신인 류원우는 2009년 입단한 이후 단 1경기에 출전했을 뿐이다. 넘어서기에 너무 거대한 이운재라는 벽에 가로막혀 제2 골키퍼, 제3 골키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이날 경기서 클린시트를 작성하며 정 감독의 확실한 눈도장을 받게 됐다.
점유율 55% 슈팅 수 20개 유효슈팅 수 9개. 대전은 '2군' 전남을 상대로 거센 공세를 펼쳤다. 언제 골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대전의 슈팅은 자신을 믿고 선발로 기용해준 정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고자 이를 꽉 깨문 류원우의 선방에 번번이 막혔다.
이날 류원우 활약의 백미는 후반 2분 PK 상황에서 나왔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투입된 이슬찬이 김형범에게 파울을 범했고 이것이 PK로 연결됐다. 대전의 키커로 나선 이는 한창 무르익은 골감각을 자랑하는 용병 케빈 오리스. 하지만 류원우는 침착하게 케빈의 슈팅 방향을 읽고 몸으로 막아냈다.
PK가 막힌 대전은 골을 넣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다급하게 공세를 펼쳤지만 잘 맞은 슈팅도 류원우의 손에 걸려 무효화됐다. 후반 35분 신영준이 감각적인 왼발 프리킥 슈팅으로 대전의 골망을 갈랐을 때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환호한 류원우는 누구나 인정할 만한 이날 경기 전남의 수훈갑이었다.
경기 후 정 감독은 "지금까지 류원우선수가 기회가 이운재 선수에 가려져서 기회를 갖지 못했다. 하지만 그 동안 준비를 꾸준히 해 온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운재와 이원체제를 해 줄 가능성이 충분한 선수다. 이날 경기로 선수 본인도 자신감을 충분히 가졌을 것"이라고 흐뭇한 마음을 드러냈다.
특히 정 감독은 "PK 상황에서 순발력과 같은 부분을 볼 수 있었던 만큼 이운재를 긴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전남=이운재라는 공식을 깨는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 같다"고 류원우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2002 월드컵을 보고 축구를 시작하게 됐다는 류원우. 그가 좋아하는 선수로 꼽은 이운재는 이제 그의 경쟁자가 됐다. 무명으로 지내온 시절을 인내와 노력으로 극복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은 류원우는 이날 경기로 전남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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