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어벤져스'에 없길 잘했다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06.18 12: 44

우울하고 고뇌하던 영웅 스파이더맨이 밝고 활기차게 돌아온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8일 개봉)이 슈퍼히어로물에 또 다른 새 모습을 제시하는 것.
최근 언론배급시사회를 갖고 베일을 벗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빌딩숲 사이를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의 3D 액션에도 남성보다는 여성 취향에 가까운 영화다. 만나고 헤어지는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500일의 썸머'를 만든 마크 웹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고 했을 때 과연 그의 감성이 어떻게 블록버스터물과 조화를 이룰까 궁금해하는 관객들이 많았는데, 영화는 덩치 큰 슈퍼히어물임에도 오밀조밀 아기자기한 '500일의 썸머'의 느낌이 그대로 배어나 다소 놀라움도 자아낸다. 
물론 원작의 묵직한 샘 레이미 감독의 스타일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가 마음에 안 들수도 있지만,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을 넘어 '리부트'(시리즈의 연속성을 버리고 새롭게 처음부터 하는 것)까지 유행인 요즘 할리우드에서 2012년 새로운 스파이더맨을 만나는 것은 당연지사로 받아들여야할지도 모른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1편을 리메이크한 것이지만, 프리퀄 유형으로 좀 더 과거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어벤져스'가 큰 성공을 거둔 이후 나온 바로 등장한 슈퍼히어로물이라 '어벤져스'의 후광을 입기 충분하다. 특히 스파이더맨은 '어벤져스'에 포함되지 않아 아쉬움을 자아냈던 캐릭터라 더욱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어벤져스'의 영웅들 속에 끼기 보다 혼자 있을 때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슈퍼히어로일지도 모른다.
스파이더맨은 백팩을 메고 삼촌의 잔소리를 듣고 숙모의 심부름을 하고 스케이드 보드 타기를 좋아하는 고등학생. 공부를 좀 잘한다는 것이 일반인 피터 파커의 가장 특별한 점이다.'어벤져스' 캐릭터들이 중장년 층인 데다가 '아이언맨'은 최고의 갑부, 토르는 인간이 아닌 '신'임을 생각할 때, 평범한 소시민에 어리바리하기까지 한 피터 파커는 너무나 보통 사람에 가까운 슈퍼히어로다.
더욱이 부모 없이 삼촌부부에게서 자라나고, 이 삼촌마저 잃은 피터 파커는 모성애를 자아내는 인물이다. 아이언맨과 수트를 입고 활동하는 히어로이란 점은 똑같지만 아이언맨이 자신의 맨 얼굴을 보여주길 꺼리는 인물(아니 오히려 과시하는 인물)이 아니라면, 피터 파커는 스파이더맨일 때 한 시도 복면을 쓰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캐릭터다. 이처럼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은 '멘탈' 자체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스파이더맨의 트라우마가 있는 예민한 소년 감성은 '어벤져스'의 세계와는 조금 동떨어질 수 있다. 한 네티즌은 '블랙 위도우에게 한대 맞으면 울 것 같은 스파이더맨'이라고 상상하기도 했다.
그래도 항상 자기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끼고 소극적이던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과는 다르게 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더맨은 솔직하고 밝고 좀 더 귀엽다. 토비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이 좀 '찌질한' 인물이었다면 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더맨은 호기심 많은 과학천재다. 직접 거미줄 발사기 웹슈처를 발명하는가 하면, 어느 날 갑자기 얻은 막강한 파워를 토비 맥과이어처럼 무서워하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이용할 줄 안다.
'어벤져스'에 없어서 궁금했던 스파이더맨은 이렇게 환골탈태해서 돌아오게 됐다. '어벤져스'에 지금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캐릭터가 아닌 전작의 캐릭터로 등장했다면, 관객들은 전혀 다른 두 스파이더맨을 보며 혼란감을 느낄 번 했다. 그래도 '어벤져스'에 끼어야 한다면 피터파커는 영화 '도둑들'의 막내 김수현 쯤일까. 그렇다면 전지현 블랙 위도우과 러브라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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