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시청률 낮으니 출연료 아깝다?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2.06.18 10: 11

[OSEN 취재석] '1박2일' 게시판이나 관련 기사 댓글을 살펴보면 시즌1, 그러니까 '강호동과 나영석 PD의 시절'이 더 재미있었다고 비교 푸념을 늘어놓는 네티즌이 상당수다. 멤버의 과반수가 바뀌고 연출자까지 교체된 지금의 '1박2일'은 사실상 시즌2라고 봐야 한다. 제작진은 프로그램 특유의 정통성과 브랜드를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시즌2라는 별도의 타이틀을 걸지 않았지만 분명 지금의 '1박2일'은 시청자들이 말하는 '강호동, 나영석 PD 시절'의 다음 버전이다.
결국 시즌2이다보니 시즌1과의 당연한 비교가 생겨난다. 스크린에서도 전편과 속편에 관한 비교 논쟁이 단골 메뉴이듯이. 그래서 강호동이 더 웃겼다거나, 나 PD가 더 잘했다거나 하는 식의 댓글들이 깔리는 건 꽤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금의 제작진이나 멤버들이 이러한 댓글을 접하고는 하늘이 무너지는 심경이든 말든 사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관심이 없다. 그저 재미가 있기만을, 더 웃겨주기를 바라는 욕심과 시청자들의 권리(?)만이 도사릴 뿐이다.
KBS 2TV 주말 버라이어티 '해피선데이-1박2일'은 그만큼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PD는 월급 받고 멤버들은 응분의 출연료를 받으니 고생은 무슨 고생이냐고도 하겠지만 용돈 받으며 공부하는 수험생들도 힘은 든다. 밥 먹여주고 재워주는 데 성적이 왜 떨어지냐고도 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마찬가지로 '1박2일'에게도 제작비 내려주고 출연료, 월급 다 꼬박꼬박 주는데 왜 안 웃기냐고 물을 수는 없는 거다. 또 시청률이 전보다 덜 나온다고 고생 안한다고 다그칠 수도 없다. 고생은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오히려 더하면 더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출범 초기라는 시각에서.

그런데 여기서 희망적인 것은 그 상당한 비난과 비교의 댓글 속에서 꿋꿋하게 이들을 응원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다. 강호동이 나오고 이승기가 나오고 나 PD가 나오기 때문에 '1박2일'을 봤던 게 아니라, '1박2일' 브랜드 그 자체를 사랑하는 진짜 애청자들, 말 그대로 팬덤이다. 일요일 저녁, 한 식구가 오순도순 밥상에 앉아 함께 저녁을 먹으며 지켜볼 수있는 따뜻하고 유쾌한 이 프로그램의 기질 자체를 사랑하는 시청자들이다. 이런 경우 시즌1과의 비교 혹은 특정 멤버 폄하보다는 그저 '1박2일'의 정체성을 잃지 말아 달라 당부하는 목소리를 낸다. 오지를 찾아가고 마을 어르신들과 스킨십하고 재래시장의 명물을 소개하고 멤버들끼리 형 동생 편 갈라 유치한 게임에 목숨을 거는, 그 자체를 지켜달란 얘기다.
물론 시청률은 떨어졌다. 하지만 이게 막장 드라마였다면 욕은 해도 오히려 더 많은 시청자들이 봤을지 모른다. 하지만 시즌2는 속편으로서의 자체적 부담, 파업 후유증, 경쟁작들의 협공 등 다양한 내외부의 악조건 속에서도 독한 양념을 치고 급한 불을 때지는 않는다. 하던 대로, 애청자들이 바라는 대로 고유의 색깔을 잃지 않는 선에서 또 다른 진화를 위해 나아갈 뿐이다.
윤가이 기자 issu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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