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앞에 당당했던' 노경은의 선발승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6.18 11: 01

승리의 하이파이브와 함께 덕아웃으로 향하며 그는 관중석 한 켠에 자리한 가족들을 향해 자랑스럽게 손을 들어보였다. 비로소 아들로서 제대로 된 활약을 보여줬다는 자신감이 함께 했다. 우완 선발로서 다시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노경은(28, 두산 베어스)의 활약 뒤에는 가족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노경은은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삼성과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데뷔 후 가장 많은 115개 공을 뿌리며 3피안타 2볼넷 2사구 8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그의 선발승은 지난 2007년 7월6일 대구삼성전 이후 4년 11개월 10일 날짜로는 무려 1808일 만이다. 지난 6일 잠실 SK전에서 깜짝 선발로 6⅔이닝 3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한 노경은은 두 번째 선발등판이었던 지난 12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7이닝 5피안타 2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가능성을 발휘했다.

이날 노경은은 직구 구속이 최저 145km, 최고 149km까지 나올 만큼 빨랐지만 19개밖에 던지지 않았다. 대신 최저 142km에 최고 148km 투심 패스트볼을 32개나 구사하며 삼성 타자들을 제압했다. 여기에 포크볼(28개)·슬라이더(23개)·커브(13개) 등 다양한 레퍼토리의 공을 섞어 던지며 선발로서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더욱 그에게 이날 승리가 뜻깊었던 이유는 바로 어머니가 자신의 경기를 보기 위해 처음으로 구장을 찾은 날이었기 때문. 2003년 성남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입단하며 기대를 모았던 노경은이었으나 그의 프로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2004시즌 후 공익근무 입대하는 과정에서 노경은은 팔꿈치 수술 여부를 놓고 구단과 마찰을 벌였던 바 있다. 이는 노경은의 임의탈퇴 여부까지 고려될 정도로 선수 생활이 위태로웠던 순간이다. 마찰 끝에 팔꿈치 수술 후 공익근무 기간 동안 재활을 거친 노경은. 그러나 소집해제 후 복귀한 노경은은 확실한 제구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기대를 실망으로 바꾸고 말았다.
2009시즌 중에는 팬들과의 넷상 마찰로 인해 이튿날 다시 2군으로 내려가야 했던 노경은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팬들의 실망감도 컸고 노경은 본인도 감정 절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 데 대해 분통을 터뜨렸던 순간이었다. 허리 부상, 발목 부상까지 겹치며 방출 위기까지 몰렸던 노경은을 다잡은 이는 김진욱 현 감독이었다.
"네가 가진 재능은 굉장히 많다. 다만 너무 손목힘 요령으로 던지려다보니 슬라이스되는 공도 많았고. 마운드에서 흔들리지 말아라". 올 시즌 셋업맨으로 출발했던 노경은이 세 경기 째 선발로 나서는 것은 제 구위에 대한 자신감을 찾아주기 위한 하나의 방편. 선발 유망주로 '실패'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던 노경은은 선발 3경기서 1승 무패 평균자책점 2.18로 엄청난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경기 후 노경은은 "어머님이 처음으로 아들이 선발등판 하는 날 경기를 보러오셨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아들이 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절박했던 순간 사람들의 외면까지 받으며 더욱 힘들어했던 2~3년 전의 노경은이 떠올랐다.
아마추어 시절 노경은은 '가장 기본기가 잘 갖춰진 투수'라는 평을 받았던 대형 유망주였다. 10년의 시간을 돌고 돌아 다시 자기 공을 뿌리고 있는 노경은. 그는 17일 잠실벌서 누구보다도 자랑스러운 아들로서 마운드에서 포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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