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신드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해를 품은 달', '더 킹 투하츠'와 '옥탑방 왕세자'까지 최근 브라운관 속 주인공은 '왕'이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가운데, 스크린에도 출격한 왕의 인기가 청신호를 켰다.
상반기 사극영화에 힘을 불어넣은 '후궁: 제왕의 첩'(이하 '후궁')이 2주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2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영화의 중심에는 '방자전' 이후 또 한 번 파격 연기에 도전한 조여정이 있지만, 영화에 '엣지'를 살려주는 것은 성원대군을 연기한 김동욱이다.

김동욱은 '후궁'에서 한 여자에 대한 집착과 어머니의 비뚤어진 사랑에 대한 분노, 왕이라는 무거운 짐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한 남자의 광기를 표현해 내 관객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시대가 불특정한 사극 속 핏빛암투가 난무하는 궁에서 서서히 미쳐가고 죽어가는 왕의 모습을 실감나게 연기했다는 반응이다.
샤방샤방하면서도 반항적인 이미지를 고루 갖춘 김동욱은 이 작품으로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한 단계 넓혔다고 할 수 있다. 영화가 흥행과 평단에 성공하면서 김동욱은 군입대 전 대중의 뇌리에 확실한 인상을 남기게 됐다.
각각 40%, 30%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해를 품은 달'과 '뿌리 깊은 나무'의 사극 속 왕들이 존경심을 갖게 하는('뿌리 깊은 나무'), 혹은 사랑에 빠진 젊고 매혹적인 인물('해를 품은 달')이었다면 '후궁' 속 성원대군은 가질 수 없는 사랑을 갈구하는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동정심을 자아내는 왕으로 여성 관객들의 모성본능을 자극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사극 속 왕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대중문화평론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작금의 시대상과 맞물려 비교한다. 과거를 배경으로 현실을 빗대는 사극보다 효과적인 장르는 없다는 것.
사극, 그 중에서도 왕의 이야기가 부조리한 정치 현실을 가장 극명하게 반영하는 것이다. 실제로 '후궁'의 김대승 감독은 사극을 택한 이유를 묻는 매체의 질문에 "지금 시대의 언어로, 현실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과거의 이야기로 은유 하면 좀 더 깊이가 생기고 재미있을 것"이라고 이유를 밝힌 바 있다.
'후궁'을 필두로 올해 하반기에는 '나는 왕이로소이다', 광해: 왕이 된 남자'까지 스크린에서 왕의 이야기가 계속될 예정이다. 하반기 영화들 속 왕들은 여심을 뛰어넘어 '민심'까지 사로잡을 캐릭터라는 공통점이 있다. 주지훈, 이병헌이 왕들로 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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