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25)의 홈런 방망이가 거침없습니다. 6월 18일 현재 팀이 치른 57경기에 모두 출장한 강정호는 19개의 홈런포를 날렸습니다. 3경기당 하나 꼴로 현재 페이스를 유지하면 올 시즌 44개를 기록하게 됩니다. 2년전 도루 한 부문를 빼고 타격 7관왕에 올랐던 이대호(롯데)가 기록한 44개와 동수입니다. 강정호는 올해 큰 부상이나 탈없이 꾸준히 홈런을 때리고 있는데 본인이 한 시즌 가장 많이 아치를 그린 2009년의 23개는 경신할 것으로 보입니다.
장기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다보면 타자는 으레 한 두 차례 슬럼프를 겪기 마련인데 곧 닥칠 무더위를 극복하는 것이 과제이고 무엇보다 부상이 없어야 합니다. 더구나 그는 수비 활동이 많은 유격수이기 때문에 피로도가 클 것입니다.
이제까지 유격수로 가장 많은 홈런을 날린 선수는 1997년 이종범(해태)의 30개입니다. 넥센 박흥식 타격코치는 "이택근이나 박병호는 가끔 지명타자로 빼서 체력안배를 해 줄 수 있지만 강정호는 대신 들어갈 선수가 없어 안타깝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는 2010년 7월 말 손목 부상을 당해 3주간 고생한 것 외에는 큰 부상은 없었습니다.

현재 컨디션이 괜찮은 강정호는 도루 13개를 기록해 30(홈런)-30(도루) 클럽에도 도전할만큼 베이스에 나가면 도루를 노리고 있습니다. 14번 도루 시도에 13번 성공해 도루 성공률이 93%가 돼 호타준족의 대명사인 30-30 대기록도 기대할만 합니다.
그의 도루는 그동안 많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기록한 4개(6개 실패)가 최고였고 2006년 프로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6년간 총 도루 수가 12개로 올 시즌 기록한 13개에 미치지 못합니다. 이제까지 30-30 클럽엔 박재홍, 이병규, 이종범, 홍현우, 제이 데이비스 등 5명만이 기록했습니다. 최근 기록은 2000년 박재홍이 기록한 게 마지막입니다.
홈런 선두 강정호를 추격하는 타자는 4개 차이인 15개로 2위에 오른 최정(25. SK)과 14개로 공동 3위인 이승엽(36. 삼성), 박병호(26. 넥센), 13개로 5위인 박석민(27. 삼성) 등 4명입니다. 따라서 올해 홈런왕 등극은 35개를 넘기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소년 장사’ 최정은 지난 해와 재작년에 기록한 20개가 최고였는데 올해는 보다 강력한 파위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국민 타자’ 이승엽은 나이가 들고 올해 일본에서 귀국한 다음 타격시 균형을 잡지 못해 힘들어 했으나 KBS에서 과거 홈런을 많이 칠 때 타격폼 영상을 빌려 노력 끝에 예전의 부드러운 타격폼을 되찾고 타격이 살아났습니다. 이승엽은 현재 최다안타 1위(77개)에 타율 4위(3할4푼5리), 타점 4위(46점) 등 타격 각 부문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를 예전에 가르쳤던 박흥식 코치는 “강정호와 홈런왕을 다툴 경쟁자는 이승엽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성남고 시절 한 경기서 4타석 홈런을 날려 일찌감치 홈런타자로 지목 받았던 박병호는 프로에 입단 후에는 LG에서 타격폼이 흐트러지고 출장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작년 시즌 중반에 넥센에 트레이드 된 뒤 김시진 감독이 “팀의 장타자로 키우겠다.”고 정한 다음부터 자신의 페이스를 되찾아 올 시즌들어서는 김 감독이 “기복이 있어도 우리 팀의 붙박이 4번타자”라는 믿음에 보답해 다른 팀에서 경계하는 거포로 성장했습니다.
박병호는 타격시 폼이 완전치 않아도 임팩트만 제대로 되면 담장을 훌쩍 넘기는 괴력을 과시하고 있으며 다른 선수와 달리 슬럼프를 좀처럼 겪지 않을 전천후 타자로 보여 경쟁자들이 일시적으로 쉬고 있을 때 치고 올라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박석민은 지난 해 30개로 홈런왕에 오른 팀내 선배인 최형우가 올 시즌들어 타격감과 홈런포가 수그러들자 이승엽과 더불어 공격력의 주축타자로 자리잡았습니다. 팀내 가장 많은 66개 안타를 날리고 3할1푼6리의 높은 타율과 홈런포까지 앞장서고 있습니다.
강정호가 경쟁자들에 비해 4~6개 많은 홈런을 날려 독주하고 있으나 어차피 이들 모두에게 닥칠 한여름 무더위와 싸움에서 이겨내는 사람이 타격 부문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홈런더비에서 최종 승자가 될 것입니다.
강정호의 현재 페이스는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비슷합니다. 메이저리그 홈런 1, 2위는 현재 우리보다 10경기 정도 많은 66게임을 치른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애덤 던이 기록한 23개와 텍사스 레인저스의 조쉬 해밀턴의 22개이고 일본은 58게임을 소화한 야쿠르트의 발렌틴의 15개입니다.
강정호는 올 4월과 5월의 각각 7개씩 홈런을 날리다가 6월들어서는 18일 현재 5개로 페이스가 조금 빨라졌습니다. 그동안 그에게 한화가 8경기서 4개, 롯데가 12경기서 4개, 삼성과 SK, LG가 각각 3개씩 홈런을 허용하고 두산은 하나도 내주지 않았습니다.
목동 홈구장에서는 11개의 홈런을 날리고 청주 3개, 대구-사직은 2개씩 기록하고 잠실과 광주, 대전구장에서는 아직 하나도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볼카운트 투볼원스트라익에서 가장 많은 6개를 기록했는데 강정호의 매서운 홈런포를 걱정하는 팀들은 그의 장점과 약점을 적극적으로 경기에 적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