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에 비해 확연히 약화된 계투진. 그러나 새롭게 구축된 계투진이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팀이 한숨을 돌릴 수 있다. 두산 베어스의 홍상삼(22)-스콧 프록터(35) ‘삼프 듀오’가 계투진 약화로 허덕이던 팀의 새 필승 카드로 확실히 자리를 굳혔다.
3년 전 고창성-임태훈-이재우-이용찬으로 이어지는 계투 ‘KILL 라인’을 자랑했던 두산. 그러나 KILL라인은 맏형 이재우의 팔꿈치 부상과 고창성의 난조, 그리고 임태훈과 이용찬의 선발 전환으로 인해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2010시즌 홀드왕(23홀드)에 빛나는 정재훈도 현재 어깨 부상으로 인해 재활 중인 상태라 계투진의 약화 현상이 2012 시즌 개막에 앞서 팀의 약점으로 꼽히기도 했다.
셋업맨 노경은도 현재 임태훈의 전열 이탈 공백을 메우며 3경기 째 선발로 나서고 있는 상황. 그 와중에서 홍상삼-프록터로 이어지는 승리 계투 라인은 두산의 믿는 구석이 되고 있다. 홍상삼은 18경기 7홀드(공동 4위, 18일 현재) 평균자책점 1.30으로 활약 중이며 프록터는 24경기 1승 1패 17세이브(1위) 평균자책점 1.48로 쾌투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김경문 현 NC 감독 재임 시절 선발형 유망주로 주목받았던 홍상삼이 계투로 궂은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은 팀 내에서도 신선한 충격과 같다. 2009시즌 선발로 9승을 올리며 신인왕 후보로까지 올랐던 홍상삼은 그동안 선발 투수로서 출장 기회에 더욱 욕심을 내던 투수다.
“아무래도 계투로 나설 때보다는 선발로 나설 때 집중력이 더 높은 것 같아요”. 어린 투수들이 대체로 선발 투수의 꿈을 갖는 경우가 대체로 많지만 홍상삼의 경우는 특히 선발로서 출장을 갈망하던 투수였다. 실제로 올 시즌 전 미국 전지훈련까지 선발 후보로 내정되었던 홍상삼이었으나 그는 현재 계투로 뛰고 있다.
시즌 초반 계투로 뛰던 서동환과 마찬가지로 홍상삼도 선발 등판 시 완급 조절과 이닝이터로서 개성이 다른 선발 후보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과 함께 투구 리듬이 좋아 계투로서도 승산이 충분하다는 팀 내 계산이 섰다. 그리고 홍상삼은 5월 초순부터 지금까지 미들맨과 셋업맨 보직을 오가며 분전 중이다.
지난 한 주간 홍상삼의 성적은 3경기 5이닝 2피안타(탈삼진 5개, 사사구 2개) 무실점 1홀드였다. 15일 잠실 삼성전서만 홀드를 따냈으나 사직 롯데전 2경기서도 악조건 속에서 마운드를 지킨 점을 높이 살 수 있었다. 150km을 상회하는 묵직한 직구에 낙차 큰 포크볼까지 위력을 더하며 두산의 릴리프로 기록보다 더욱 뛰어난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는 홍상삼이다. 이용찬, 노경은 등 선발 투수들이 “미들맨 보직에서 분투 중인 상삼이에게 너무 고맙다”라는 이야기를 잊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프록터의 올 시즌 활약은 그야말로 ‘명불허전’. 뉴욕 양키스 시절 마리아노 리베라 앞을 지키는 프라이머리 셋업맨으로 활약한 프록터는 지난 12일 롯데전서 2이닝 2실점으로 첫 블론세이브 및 패전을 떠안으며 분노를 참지 못했던 바 있다. 그러나 그는 다시 평정심을 찾고 두 경기 연속 세이브로 자기 리듬을 찾았다.
“처음 두산에 왔을 때는 이 팀이 어떤 팀인지 기본적인 정보도 부족했다. 그러나 팀원들이 다들 따뜻하고 친절하게 대해준다. 팀에는 전도유망한 투수와 야수들이 많다. 저력이 있는 팀인 것은 분명하고 그리고 대다수의 선수들이 젊다는 점은 더욱 매력적인 일이다. 이 팀에서 마무리로 뛰고 있다는 것에 나 스스로도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나이에 따른 체력적으로 부치는 일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프록터는 “전혀, 언제나 준비해두고 있다가 불펜에 콜이 왔을 때 나가는 것이 우선이다. 팀에서도 내게 그 역할을 기대하고 데려온 것이 아닌가”라며 프로 정신을 앞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156km의 포심 패스트볼까지 구사하면서 상대적인 고령과 팔꿈치 수술 경력에도 구위에 전혀 문제가 없음을 뽐내는 프록터다.
두피를 깨끗하게 해주는 샴푸처럼 두산 코칭스태프진의 고민거리를 덜어주는 계투진의 ‘삼프 듀오’. 정신적으로 성숙해진 젊은 파이어볼러와 메이저리그 시절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마무리의 조합은 어느새 두산의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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