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당시 유일한 아마추어 선수였다. 파키스탄전 선발 무실점 호투로 금메달 길에 1승을 보탰던 투수. 그러나 첫 소속팀에서의 성장 속도는 미진했다. 트레이드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은 2년차 우완 김명성(24, 두산 베어스)에게 두산은 약속의 땅이 될 수 있을까.
중앙대 시절 최고 투수로 활약,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유일한 아마추어 선수로 선발되어 금메달 기쁨과 함께 2년 간의 병역 특례 혜택을 얻은 김명성은 지난 17일 포수 용덕한(31, 롯데)과의 맞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에 새 둥지를 틀었다. 김명성은 2011 신인 드래프트서 롯데에 1라운드 5순위로 선발된 바 있다.
포수난으로 골머리를 앓던 롯데는 용덕한을 얻는 대신 지난해 팀 신인 최대어를 넘겨줬다. 그러나 김명성이 1년 반 가량 롯데에서 남긴 1군 성적은 4경기 1패 평균자책점 9.39에 불과했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서 5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2.57(18일 현재)을 기록했으나 생각만큼 구위가 나오지 않아 높은 평가는 받지 못했던 김명성이다.

1라운드 대어 출신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고 전 소속팀에 입단했던 신예 치고는 그동안의 성과가 미약했던 것이 사실. 양승호 롯데 감독은 김명성에 대해 “고려대 감독 시절부터 눈여겨봐왔던 유망주”라고 이야기하기는 했으나 “투구 밸런스가 다소 맞지 않아 고전해왔다”라는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전신 OB 시절을 포함해 두산에서도 프런트와 코칭스태프로 잔뼈가 굵었던 양 감독은 김명성의 새 소속팀 두산 측에 트레이드 상대 구단으로서 김명성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기도 했다.
일단 김명성이 두산의 즉시 전력감이 될 수 있을 지 여부는 미지수다. 김명성은 지난 5월 16일 한화 2군과의 경기 이후 실전 등판이 사실상 없었다. 최고 구속도 130km대 중반에 머물렀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 7이닝 동안 사사구는 내주지 않았으나 위압감은 심어주지 못했던 김명성이다.
그러나 김명성의 아마추어 시절 정보는 두산 쪽에서도 튼실하게 갖추고 있다. 이복근 두산 스카우트팀 부장과 장충고 감독으로 재직했던 유영준 현 NC 스카우트는 막역한 사이. 김명성의 동기생인 이용찬(두산)이나 이승우(LG), 후배 박민석(두산)을 자주 지켜보며 당시 장충고 3루수로 뛰던 김명성의 움직임도 자주 포착했다.
2011 드래프트서 충암고 최현진(상무)을 1라운드 지명했던 두산의 바로 앞 순번에서 김명성을 지명한 팀이 롯데다. 김명성이 남아있었다면 두산이 지명했을 가능성은 굉장히 컸다. 김명성의 중앙대 시절 투구 모습도 눈여겨 보았던 두산 스카우트팀이다. 대학 시절 본격적으로 투수 전향한 만큼 어깨 근력이 상대적으로 좋고 대학 시절 완투형 투수로 자랐다는 점은 강점이다.
또한 두산에는 대학 동기인 외야수 정진호, 고교 동기 이용찬과 내야수 김동한, 1년 후배 박민석이나 2년 선배 유희관(상무) 등이 있다. 이수중 동기로 보면 임태훈이 있고 같은 기수로는 김강률, 이원재, 안규영 등 07학번 또래 선수들이 많은 두산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서울 연고에서 초-중-고-대를 모두 나온 김명성이 부산 지역에서 적응하는 데 순탄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변수는 투구 밸런스 수정 여부와 몸 상태다. 롯데 시절 김명성이 투구 밸런스가 맞지 않아 구속이 안 나왔다면 최악의 경우 투구폼을 뜯어 고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당장의 활용도 대신 다음을 기약해 투구폼을 뜯어 고치는 작업에 들어간다면 김명성은 올 시즌 두산 투수진에서 활용할 수 없는 존재다. 빨라야 9월 확대 엔트리 때 1군 출장 기회를 주는 정도가 될 것이다.
만약 롯데가 김명성의 부상 여부를 숨기고 트레이드에 나섰다면 상도의에 완전히 어긋나는 일. 그러나 양 감독은 롯데 감독을 맡기 이전부터 ‘워낙 성품이 좋아 야구계에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평을 받던 지도자다. 그만큼 김명성의 부상 유무 여부는 그저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사실상 확정적이다.
두산도 김명성을 당장 활용하기보다 앞으로 선발형 유망주로 키우기 위해 선택한 것과 다름없다. 롯데 시절 27번을 달았던 김명성은 두산에서도 용덕한의 번호였던 27번을 달게 될 예정. 두산의 27번은 과거 박명환(LG), 다니엘 리오스 등 팀의 우완 에이스들이 달았던 번호였던 동시에 김명제가 사고로 선수생활을 안타깝게 마치며 투수 배번으로는 명맥이 끊어졌던 번호다. 최근 실적이 미약했던 반면 잠재력만큼은 대단한 유망주 김명성이 과연 두산 27번의 명맥을 다시 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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