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상승세' 강영식, 길은 '비우기'에 있었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6.19 06: 13

시즌 초반 기대에 미치지 못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렇지만 롯데 자이언츠 좌완 강영식(31)은 현재 고요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강영식은 올해도 좌완 셋업맨 역할을 해 줄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현재까진 28경기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5.95만을 기록 중이다. 이닝당 1.3개를 넘는 탈삼진은 여전히 뛰어난 강영식의 구위를 말해 주지만, 12개의 볼넷과 피안타율 2할9푼9리에서 보듯 제구에 애를 먹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을 소화하는 선수이기에 주위에서는 잘 안 풀리는 강영식을 보며 아쉬움을 금치 못 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확실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6월 들어 8경기에 출전한 강영식은 13일 사직 두산전(⅔이닝 4실점)을 제외하면 실점이 없다. 피안타 역시 4실점을 했던 경기를 제외하면 단 한 개만 허용했을 뿐이다. 4월엔 140km 초반대를 형성했던 직구도 지금은 140km 후반대를 쉽게 넘긴다.

사실 강영식은 생각이 많은 선수다. 17일 목동 넥센전에 앞서 만난 강영식은 "스스로 느끼기에 10가지 중 2가지만 잘못돼도 그게 잊혀지지 않는다. 잘 했던 8가지 보다 부족한 2가지에 집착을 한다. 그러다 보니 마운드에 올라가서도 계속 자신감을 잃어갔다. 첫 공이 볼로 선언되면 그때부터 쫓기기 시작한다. 결국 공이 몰려 맞거나 볼넷이 되는 등 악순환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최근엔 가득염 불펜 코치로부터 따끔한 질책을 들었다고 한다. 올 시즌 부진은 결코 구위가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게 코칭 스태프의 판단이다. 오히려 최근 몇 년 가운데 구위 자체만 놓고 봤을 땐 가장 좋을 정도다. 강영식은 "별로 강하게 던지지 않는 데 구속이 나온다. 지난 겨울부터 지금까지 운동을 거르지 않은 덕분인 것 같다"면서도 "결과가 안 따라오니 답답할 뿐"이라고 한다.
그런 강영식을 두고 가 코치는 "마운드에서 잘 안되고 맞으면 차라리 화를 내라. 자책하라는 게 아니라 그냥 무작정 화를 내라. 마음에 담아두는 것보다 그렇게 화를 내고 털어버리는 게 낫다"는 말을 했고, 강영식은 수긍했다. 그렇지만 본래 화를내기 보다는 자신의 잘못을 되새기는 강영식의 성격 상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계기가 생겼다. 바로 13일 사직 두산전이다. 그날 강영식은 1-3으로 뒤진 7회 마운드에 올라 안타 4개를 허용하고 4실점을 했다. 최근 등판 가운데 최악의 피칭이었다. 그때 강영식은 등판했을 때 사직구장 팬이 한 욕설을 들었다고 한다. 평소 같으면 팬의 한 마디가 계속 가슴 속에 남아 있었을 테지만 이상하리 만큼 그 날은 달랐다고 한다. "그래, 욕 하려면 해라"라는 마음이 절로 들었고, 평소 같았으면 안타를 허용하고 불안해 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속이 시원해 졌다고 한다.
그 다음부턴 정말 편하게 던진다고 한다. 몇몇 팬들은 강영식이 등판하면 다시 목소리를 높여 야유를 하지만 이제는 그 소리를 즐길 정도가 됐다고 한다. "너무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깐 머리에서 과부하가 걸린 것 같다. 이제는 아무런 생각 없이 등판한다. 덕분에 요즘은 너무 마음이 편하다"는게 강영식의 말이다.
"지금은 아무런 생각이 없다. 투수로서 잘 던져야 하는 건 당연한 것이지만, 계속 날 짓누르던 부담감은 온데간데 사라졌다. 올 시즌은 계속 이렇게 마음을 비우고 던져야 할 것 같다"고 말하는 강영식의 표정은 가뿐했다. 점점 과부하가 걸려가는 롯데 불펜에서 강영식이 돌아온다면 롯데에겐 천군만마다. 해탈과 함께 자신감을 되찾은 강영식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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