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이가 눈을 의심할 만한 극적인 승부였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까지 그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그런 승부였다. 승리에 대한 기쁨도 더할 나위 없이 컸다. 하지만 승장의 머리 속은 더 복잡해졌다.
상주 상무는 지난 17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16라운드 경기서 후반 추가시간 2골을 몰아넣는 괴력을 발휘하며 원정팀 강원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0-0의 팽팽한 공방전이 85분 동안 그라운드를 지배했고, 추가시간을 포함한 남은 10분의 싸움이 승부의 향방을 가른 경기였다. 후반 41분 장혁진의 슛이 상주의 골망을 갈랐을 때 모두는 강원의 승리를 그렸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으로 주어진 4분의 시간이 상주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마법이라도 부리듯 박상희가 후반 45분과 48분에 연달아 골을 만들어냈다. 눈을 의심할 만한 순간이었다. 기적같은 동점골과 역전골에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떠나갈 듯한 환호성을 질렀다.
같은 날 열린 경기에서 대전이 전남에 0-1로 패하면서 상주는 15위에서 13위까지 단숨에 2계단 뛰어오른 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 '수사불패' 정신을 외치던 선수들의 사기도 한껏 달아올랐다. 지긋지긋하게 이어지던 홈에서의 부진도 떨쳐냈다.
그러나 박항서 감독은 이 기적같은 승리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얻은 것도 많았지만 잃은 것도 많았다. 당장 김치우가 발목 부상으로 경기 도중 교체되면서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추가했다. "김영신에 김철호 김형일 거기다 권순태에 김호준까지 죄다 부상인데 김치우마저 부상을 당하니 막막하지요." 박 감독의 목소리가 밝을 수 없는 이유였다.
주전 선수들 대부분이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하필이면 일정까지 빡빡하기 그지 없다. 2주 간의 휴식기 후 FA컵 포함 6경기를 치러내야한다. FA컵 이후 전역하는 선수들까지 생각하면 더욱 골치가 아프다. 상위권보다 더욱 치열한 하위권의 순위다툼이 절정에 달할 예정이라 어느 한 경기도 방심할 수 없다보니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부상당한 선수들 외에 다른 선수들은 체력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만 일정이 이런 것도 아니고 다른 팀들도 힘든 일정인 것은 다 마찬가지"라며 마음을 달랜 박 감독은 선수들의 컨디션을 살피며 어떻게든 가혹한 6월을 버텨나가겠다는 각오다. 7월이 되면 새로운 입대자들도 생긴다. 박 감독은 "공격수가 와야하는데 공격수가…"하며 웃었지만 전력에 보탬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상주는 당장 19일 FA컵에서 강등권 라이벌 대전 시티즌을 만난다. 박 감독은 "원정이라는 부담감은 없다. 선수들도 바꿔가며 해 볼 생각이다"고 담담히 각오를 전했다.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역전드라마를 써내려갈 수 있었던 원동력, '수사불패'의 정신으로 맞이할 그들의 6월 마무리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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