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스파이더맨이 구하고.. 우린 누가 지켜?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2.06.19 16: 45

할리우드 히어로물 무비들이 국내 극장가를 연이어 강타하고 있다.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들이 총출동한 영화 '어벤져스'를 필두로 '맨 인 블랙3',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그리고 '다크나이트 라이즈'까지 올 한 해 유독 많은 영웅들이 극장을 찾을 전망이다.
대부분의 히어로물 무비들이 그렇듯 올 한 해 국내 극장가를 찾는 영웅영화들 역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평화롭던 나라가 막강한 적의 위협을 받으며 위태로워지고 영웅들이 적에 맞서 싸우며 결국 나라를 구한다는 내용.
적과 싸우는 영웅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히어로물 무비는 짜릿한 액션으로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어벤져스'만 해도 600만 관객 이상을 극장으로 불러모았을 정도. 

그런데 이쯤 되면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길 법하다. '어벤져스'의 캡틴 아메리카, 헐크, 아이언맨 그리고 '맨 인 블랙3'의 요원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스파이더맨,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배트맨. 모두 미국을 지키는 영웅들로 그려진다. 다들 미국을 지키느라 바쁜 와중에 그럼 우리나라는 누가 지킬까.
우리나라에서 탄생한 히어로물 무비는 극히 드물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일 정도다. 우리나라 최초 히어로 무비를 표방하고 나서며 지난 2009년 개봉했던 영화 '전우치'가 유일한 히어로물 무비.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는 히어로물 무비 제작에 어려움을 겪는 걸까.
#1. 절대적인 자본의 부족..'상대가 안되네'
우선 1순위로 꼽히는 이유가 바로 자본의 부족이다. 히어로물 무비가 필연적으로 블록버스터급의 무비로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러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자본과 여건이 뒷받침 되지 않고 있는 것.
한 영화 관계자는 19일 오후 OSEN과의 전화 통화에서 "히어로물 무비 제작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 해도 여건 부족이다"라고 밝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영웅과 적이 전쟁을 벌이는 히어로물 무비는 어쩔 수 없이 많은 자본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날아다니고 싸우는 영웅에게 컴퓨터 그래픽은 필수이며 도심에서 한바탕 격돌을 벌이는 장면엔 어마어마한 예산이 투입된다.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에 밀리지 않으려면 요즘 히어로물 무비 트렌드인 3D 역시 입혀야 한다. 3D가 아니라도 최소한 아이맥스로 제작해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실제로 할리우드 히어로물 무비의 제작비는 어마어마하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마치 실제로 도심 빌딩 사이를 날아다니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효과를 주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제작비용은 무려 2442억 원.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경우 역시 2500억 원 이상이다.
내년 개봉 예정인 영화 '설국열차'가 400억 정도의 예산으로 한국영화 최고 제작비로 알려진 사실을 감안한다면 할리우드와 우리나라의 예산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쉽게 실감할 수 있다.
 
#2. 원천 콘텐츠의 부족..'만화가 필요해'
두 번째로 꼽히는 이유는 원천 콘텐츠의 부족이다.
영화 관계자는 "우리나라에는 히어로물 무비를 제작할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하다. 미국의 경우 마블 코믹스라던지 영웅과 관련한 만화들이 많이 존재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관계자가 밝혔듯 미국에는 영웅관련 만화들이 많이 존재한다. 마블 코믹스의 아이언맨, 헐크, 호크아이, 캡틴 아메리카 등이 각각 영화화됐으며 이들이 한데 뭉친 작품이 '어벤져스'다. 또한 마블 코믹스와 함께 미국 만화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DC 코믹스의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 그린랜턴 등도 각각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이들 역시 DC 코믹스 총출동 영화를 제작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영웅만화들이 우리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고전 소설에 등장해 이후 만화로 만들어졌던 '홍길동' 정도가 유일하다.
이 관계자는 이처럼 콘텐츠의 부족을 지적하며 "히어로물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가 존재하지 않으니 제작 역시 쉽게 이뤄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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