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앞둔 문학구장.
경기 시작 2시간 전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기 앞서 롯데 선수단은 더그아웃 앞에 둥글게 모였다. 보통 경기 전 더그아웃 앞에 모일 땐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에게 기운을 불어넣기 위한 한 마디를 하곤 한다.
그러던 차에 옹기종기 모인 선수들은 한 선수를 가운데 두고 뜨거운 박수 갈채를 쏟아냈다. 바로 이날 정식으로 1군에 등록된 포수 용덕한(31)이었다. 용덕한은 동료들의 따뜻한 환대에 어쩔 줄 몰라했고, 이내 곧 감사인사를 했다.

여기까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제부터 함께 야구를 하게 된 동료를 박수와 함께 맞아주는 건 자연스럽다. 그런데 선수단 사이에서 다시 한 번 박수가 터졌다. 주인공은 내야수 양종민(22)이었다.
양종민은 지난 18일 악몽과도 같은 하루를 보냈다. 목동 넥센전에 유격수로 올 시즌 첫 선발 출전을 했다. 경기를 앞두고는 "공격 보다는 수비에 치중하겠다. 서두르는 것 없이 작년에 했던 것 그대로 차근차근 내가 맡은 일을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었다.
그렇지만 그날 경기에서 양종민은 1회 포구 실책으로 2실점의 빌미를 제공했고, 3-3으로 맞서던 9회말엔 병살 플레이 도중 1루에 송구한 것이 옆으로 빠지는 실책을 다시 저질렀다. 그 사이 2루 주자가 홈을 밟아 경기가 그대로 끝났다. 남다른 각오와 함께 치른 올 시즌 1군 첫 경기가 악몽이 된 순간이다.
그 때문인지 양종민은 19일 문학 SK전을 앞두고도 줄곧 얼굴이 굳어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생각지도 못 했던 동료들의 갈채를 받은 것. 두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자는 아이디어는 양승호(52) 감독이 냈다. 양 감독은 농담을 섞어서 "한 경기의 시작과 끝을 내 준 양종민에게 힘 내라고 박수 좀 보내자"고 선수들에게 이야기 했고, 양종민은 갈채와 함께 마음의 짐을 조금은 덜었다.
양 감독은 양종민에게 박수 갈채를 보낸 이유를 설명했다. "경기 당시엔 물론 어이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실수 한 선수를 곧바로 2군에 보낼 수는 없다. 결정적인 실수 두 번으로 한 경기를 망쳤다는 자책감을 안고 2군으로 내려가면 그 선수는 망가진다"는 것이 양 감독의 지론이다. 기량에서 좀 더 보완할 점이 있다 하더라도 1군에서 최소한 아픈 기억은 씻어내는 것이 우선이라는 게 양 감독의 생각이다.
지난 겨울동안 양종민은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때문에 코칭스태프로부터 "수비만 놓고 본다면 주전 유격수로 손색이 없다"는 평까지 받았다. 의욕이 넘쳐서 찾아온 부상 때문에 중도귀국 후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양종민은 2군에서 기량을 갈고 닦았다. 짙은 구릿빛 얼굴과 더 짙은 목덜미에서 그동안의 시간을 짐작할 수 있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실수를 발전의 디딤돌로 삼는 것이다. 양종민은 이제 만 나이로 22살 밖에 되지 않은 젊은 선수다.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할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 동료들의 갈채가 양종민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줬을까. 양종민은 좀 더 발전된 기량으로 스스로 입증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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