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접하는 투수의 공에 약했던 모습을 자주 보여줬던 타선. ‘핵잠수함’의 공은 그들에게도 낯선 것이 사실이다. 1이닝 3구 삼자범퇴 등으로 박찬호(한화)의 한국 무대 첫 승 희생양이 되었던 두산 베어스 타선이 김병현(33, 넥센 히어로즈)의 공은 공략할 수 있을까.
넥센은 20일 잠실 두산전 선발로 김병현을 내세웠다. 한때 애리조나의 핵잠수함 마무리로 명성을 떨치다 지난해 일본 라쿠텐에서 뛰는 등 혼란스러운 시기를 거쳤던 김병현은 올해 초 자신의 지명권을 보유했던 넥센 유니폼을 입고 한국 무대를 밟았다.
현재 김병현의 시즌 성적은 5경기 2패 평균자책점 6.20으로 아직 이름값에 걸맞는 활약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25일 한화전서 6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치기는 했으나 최근 2경기서는 모두 5실점 이상을 기록하며 패전투수가 되었다. ‘김병현의 진가는 다음 시즌 발휘될 것’이라는 넥센의 입장이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승리도 챙겼으면 하는 것이 넥센의 속내다.

특히 넥센은 두산, LG와 함께 공동 3위로 서울 세 팀이 3위 자리에 올라있는 상태다. 6위 삼성도 게임차 없이 1리 차로 6위에 위치한 상태라 여기서 패하면 중상위권의 차점자로서 다음 경기를 진행해야 한다. 시즌 개막 후 줄곧 상위권을 지키며 예상 밖의 실적을 올리던 넥센 입장에서는 김병현의 20일 등판이 더욱 중요하다.
김병현 입장에서 돌파구, 두산 입장에서 위험요소는 있다. 두산은 2010시즌 팀 컬러가 ‘한 방의 팀’으로 바뀌면서부터 처음 보는 투수나 낯선 신예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던 바 있다. 올 시즌에도 지난 4월 12일 청주 한화전서 박찬호에게 6⅓이닝 동안 4안타 2득점으로 끌려가며 첫 승 희생양이 되었던 두산이다. 박찬호가 우리 나이 불혹에도 불구 좋은 공을 선보인 이유도 있으나 3회 정수빈-이종욱-고영민이 모두 초구를 성급히 공략해 상대 기를 살려주는 등 성급한 공격으로 경기를 그르친 일도 기억해둬야 한다.
김병현은 두산 1군 타선과 맞대결한 적이 없다. 다만 지난 4월 18일 목동구장서 두산 퓨처스팀과의 경기에 등판해 3이닝 5피안타 5실점 3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된 적은 있다. 당시 1번 타자로 나섰던 김재호가 첫 타석서부터 김병현의 공을 연속 파울커트하며 긴 대결을 펼치는 등 고전하게 했던 것이 컸다.
당시 김병현과 대결했던 두산 타자들 중 현재 1군에 있는 선수는 최근 5경기 연속 멀티히트로 1번 타자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최주환이 유일하다. 최주환은 당시 김병현을 상대로 3회 2타점 좌익수 방면 3루타를 때려내며 강판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최주환은 3번 타자로 출장했고 지금은 투수를 가장 먼저 괴롭혀야 하는 1번 타자의 자리다. 성급하게 다가섰다가는 김병현의 투구수만 줄여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일단 두산 입장에서는 경기 초반 공명심 앞선 성급한 타격보다 끈질기게 달려드는 모습이 필요하다.
‘핵잠수함’의 데뷔 첫 잠실벌 등판. 여기서 김병현이 첫 선발승을 거둔다면 이는 1승 이상의 의미를 거둔 경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를 상대하는 홈 팀 입장에서는 결코 달가운 일이 아니다. 중상위권에서 재도약을 노리는 ‘낯가림’ 심했던 두산 타선이 김병현을 괴롭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김병현이 한국야구의 메카와도 같은 잠실벌 승리로 국내무대 첫 승을 거둘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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