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컵 레전드] ‘한국축구 도전의 아이콘’ 이영표
OSEN 이두원 기자
발행 2012.06.20 14: 12

지난 2003년 첫 대회를 시작으로 한국 출신의 수많은 해외파 선수들이 자신들의 소속팀과 함께 피스컵이 열리는 한국땅을 찾았다. ‘산소탱크’ 박지성과 ‘영원한 캡틴’ 홍명보를 비롯해 설기현, 이천수 등이 그랬다. 이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답게 고국무대에서 뛰어난 실력을 뽐냈고 이를 통해 소속 클럽에서의 입지 역시 키워나갔다.  
이들 모두가 하나 같이 피스컵 무대에서 좋은 추억들을 남겼는데, 그 중 누구보다 피스컵과 인연이 남다른 이가 바로 ‘꾀돌이’ 이영표다. 이영표는 지난 2003년과 2005년 각각 PSV아인트호벤 소속으로 두 번이나 대회에 참가했다. 2회 참가는 역대 해외파 중 최초다.
이영표는 지난 2003년 초대 대회에서 2002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거스 히딩크 감독을 필두로 박지성과 함께 아인트호벤 소속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 안양LG를 떠나 네덜란드리그로 이적한 지 6개월만에 주전 왼쪽 수비수로 자리매김했던 터라 아인트호벤을 이끌고 돌아온 이영표가 얼마나 성장했는가에 축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리고는 기대대로 한 단계 더 발전한 모습으로 한국의 축구팬들을 매료시켰다.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박지성, 로벤, 반 봄멜 등과 함께 날카로운 공격력을 펼쳤고 수비에서도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이영표는 올림피크 리옹과의 장대비 혈투 속에서 무실점 수비를 펼치며 아인트호벤의 첫 우승을 이끌어냈다.
이후 이영표는 2005년에도 아인트호벤의 유니폼을 입고 피스컵에 참가했다. 그의 위상은 2년 전과 비교해 더 상승해 있었다. 네덜란드 리그 안에서 괜찮은 평가를 받았던 이 키작은 동양인 풀백은 이제 유럽의 명문 클럽이 주목하는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특히 박지성과 함께 팀을 2004-05시즌 UEFA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시킨 기억은 지금도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2회 대회에 참가할 당시엔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함에 따라 이영표는 아인트호벤의 절대적인 스타였다. 더욱이 2년 전보다 발전한 이영표는 피스컵을 통해 유럽 최고 수준의 수비력을 뽐내며 기량을 과시했다. 특히 이영표는 당시 리옹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전반 37분 정확한 패스로 호베르트의 골을 도우며 ‘역시 이영표’라는 평가를 받았다.
비록 디펜딩챔피언으로서 2연패의 꿈은 무산됐지만, 대신 이영표는 피스컵을 통해 빅리그에 진출하는 꿈을 이뤘다. 대회에 함께 참가했던 토튼햄의 마틴 욜 감독이 이영표를 눈여겨 보고 그를 영입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이후 2회 대회가 끝난 지 두 달도 채 안 돼 이영표는 런던으로 날아가 토튼햄의 유니폼을 입었고 축구의 본고장에서 전성기를 보냈다.
이후에도 이영표는 ‘도전’으로 대변되는 한국축구의 아이콘답게 독일 도르트문트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힐랄을 거쳐 현재 미국 프로축구 밴쿠버 화이트캡스에서 축구 인생의 마지막 황혼기를 불태우고 있다.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빠른 기간 내에 MLS 적응에 성공한 이영표는 철저한 자기관리로 놀라운 기량을 선보이며 화이트캡스의 새로운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격포인트도 차곡차곡 쌓아나가며 자신의 명성이 거품이 아님을 먼 북아메리카의 축구팬들에게도 증명해보이고 있다. 나아가 최근에는 구단의 새 유니폼 메인 모델로 발탁되며 높은 인기를 증명하는 등 구단 내 입지가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 알 힐랄을 떠날 당시 모두가 이제 마침표를 찍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영표는 서른 다섯의 나이인 지금 이 순간에 녹색 그라운드를 힘차게 달리고 있다. 대한민국 모든 축구팬들에게 이영표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이유다.
손흥민(함부르크)과 지동원(선덜랜드), 석현준(흐로닝언) 등 한국 축구의 미래 자원들이 출동하는 오는 7월 ‘2012피스컵 수원’에서는 또 어떤 스타들이 이영표의 뒤를 이어 화려하게 빛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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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컵조직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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