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덕한 때문에 강민호가 긴장 한다고? 에이, 말도 안 되는 소리에요".
20일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앞둔 문학구장. 롯데 더그아웃에선 전날 롯데 데뷔전을 치른 포수 용덕한의 이야기가 화제였다. 용덕한은 19일 문학 SK전에서 강민호를 대신해 포수 마스크를 쓰고 팀의 5-1 승리를 뒤에서 도왔다.
6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이용훈은 "용덕한의 움직임이 좋아서 포인트 마다 공을 던지기 좋았다. 여기에 수비도 워낙 좋은 선수라 주자가 3루에 있을때도 마음 편하게 변화구를 던졌다"고 칭찬했고, 양승호 감독은 "어제 투수들의 호투가 100점이라면, 그 가운데 덕한이가 30~40점은 공헌했다"고 거들었다.

자연스럽게 나오는 게 주전포수 강민호에 대한 이야기다. 강민호는 올 시즌 8개구단 포수 가운데 압도적으로 많은 수비이닝을 소화하며 체력적으로 점점 힘겨워하던 상황. 여기에 홍성흔이 빠지면서 4번 타자로 출전하면서 심리적 압박감도 더해가고 있었다.
양 감독은 '용덕한이 영입된 뒤 강민호가 위기감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있냐'는 질문에 "덕한이가 들어왔다고 강민호가 긴장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양 감독이 그 말을 꺼낸 순간, 마침 용덕한은 최기문 배터리코치와 함께 포구훈련을 하고 있었고 강민호는 다른 선수들과 장난을 치고 있었다. 양 감독은 "거 봐라. 자극받는 선수가 저렇게 해맑게 장난을 치고 있겠냐"고 웃었다.
실상은 이렇다. 선발출전이 결정된 포수는 경기 전 힘을 빼지않기 위해 가볍게 타격훈련만 하기 마련이다. 반면 대기포수는 배터리코치와 함께 훈련을 한다. 이때 훈련을 받는 포수는 블로킹, 송구자세, 송구 등 여러 훈련을 소화하는 데 이 훈련 코스를 소화하고 나면 온 몸이 땀에 흠뻑 젖기 마련이다.
올 시즌 강민호는 수비이닝이 443⅔이닝에 달한다. 이 부문 2위인 두산 양의지(343⅓이닝)보다 100이닝 이상 많은 수치다. 체력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 때문에 올 시즌 강민호의 도루저지율은 2할4푼(19일 기준)에 그치고 있었다. 8개 구단 주전포수 가운데서도 하위권에 쳐진 기록이다.
그렇지만 강민호는 이날은 최소한 포도대장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1회 1사 1루에서 최정에 도루를 허용했지만 3회 두 명 연속 도루저지에 성공했다. 1사 1루에서 임훈이 도루를 시도하자 강민호는 정확한 송구로 2루에서 잡아냈다. 후속타자 최정이 다시 안타로 출루한 뒤 2루를 훔쳤다. 이번에도 강민호는 2루에서 최정을 잡았다. 공을 받은 뒤 미트에서 볼을 빼는 물 흐르는 듯한 준비동작, 정확한 송구 등 완벽한 도루 저지였다. 강민호가 뿌린 공은 2루수 조성환의 글러브에 정확하게 들어가 자동태그가 됐다. 이후 8회 2사 1루서 김강민에 도루를 허용하며 이날 5할의 도루저지율을 기록했다.
다만 타격에선 4번 타자로서 제 역할을 못 했다. 1회 2사 1루에서 삼진, 4회 무사 1,3루에서 병살타, 6회 2사 2루에서 땅볼로 각각 물러났다. 특히 1-3으로 뒤진 8회 2사 1,3루에서 좌중간을 가르는 듯한 안타성 타구를 날렸지만 중견수 김강민의 호수비에 막혀 땅을 쳤다. 결국 롯데는 SK에 1-3으로 패했다.
강민호가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건 양 감독의 변함없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덕한이도 잘 한다. 그렇지만 (백업포수) 그 수준에서 잘 하는 것이다. 민호는 우리나라 최고의 포수 아닌가. 올림픽 금메달 포수 아닌가"라며 무한 신뢰를 보내는 양 감독이었다. 용덕한의 트레이드로 강민호는 체력 걱정을 덜어주는 것과 동시에 볼 배합에 참고를 할 수 있는 선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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