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金 정조준' 사격 대표팀의 남다른 각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06.21 07: 00

선수들이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다. "선발전이 너무 힘들었다"고. 하지만 정작 대표팀을 이끄는 변경수(54) 감독은 "더 어렵게 해야 한다"고 고개를 저었다.
외부와 접촉을 철저하게 피했던 사격대표팀이 올림픽을 앞두고 베일에 싸였던 훈련 장면을 공개했다. 대한사격연맹은 지난 20일 오후 충북 진천군 진천선수촌에서 대표팀 미디어데이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는 그 동안 철저하게 '대언론 함구령'을 내렸던 변 감독이 올림픽 전에 유일하게 선수들을 외부에 공개하는 자리였다. 멘탈 스포츠인 사격의 특성상 일찍부터 언론에 노출되어서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변 감독은 '언론 통제'가 분명히 효과가 있다고 단언했다. 2003년부터 줄곧 한국 사격대표팀을 이끌어온 변 감독은 지난 아테네 올림픽과 베이징 올림픽 때 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언론 노출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올림픽이 끝나고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얼마든지 선수들을 (인터뷰에)내보내겠다. 결과를 낸 후에 보여주는 것이 낫다"는 변 감독의 이야기에는 대표팀 선수 전체에 대한 고른 애정이 담겨 있었다. 어느 한 선수만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게 되면 다른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의기소침해지고 만다는 것.
언론의 조명을 받아 심리적으로 '뜬' 상태가 되는 것도 변 감독이 경계하는 부분이다. 변 감독은 여자 사격의 유망주로 떠오른 김장미의 예를 들며 언론 통제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어린 선수인 만큼 주변에서 띄워주면 흔들리게 되어있다는 것. 변 감독은 "기복이 심하기 때문에 주변의 이야기에 흔들리지 않도록 가라앉혀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총은 방아쇠를 한 번 당기면 그것으로 끝이다. 기록경기인 사격은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냉정한 스포츠다. 지난 아테네 올림픽 때 단 한 발의 실수로 메달 색깔이 바뀌었던 진종오처럼 말이다.
변 감독은 "선수들에게 핑계 대지 않는 선수가 되라"고 강조한다. "실수를 하면 핑계를 대기 쉽다. 코치에게 성질을 내고 자기 잘못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는다. 그러다보면 다음 번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대표팀이 진천선수촌에서 가다듬고 있는 것은 심리적인 부분이다. 이미 기술훈련은 모두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심리적인 불안을 최소화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변 감독은 선수들에게 항상 "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10점을 쏘면 10점이 나오고 9점을 쏘면 9점이 나오는 정직한 스포츠인 만큼 집중력을 잃지 않고 노력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변 감독의 소신이 담긴 말이다.
대표팀이 이번 올림픽에서 조준하고 있는 목표는 메달 2개다. 그러나 메달 2개라는 숫자는 어디까지나 최소치다. "최소한 2개의 메달, 그러나 그 이상의 결과를 내는 것"이 대표팀이 추구하는 목표다. 베테랑 진종오마저 "선발전이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을 정도로 혹독했던 1~6차 선발전을 마친 대표팀이다. 대표선수들이 선발전에서 낸 기록은 역대 선발전 최고 수준이다. 선수들의 얼굴에 메달에 대한 충분한 자신감이 어려있는 이유다.
하지만 변 감독은 만족하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대표 선발전도 12차까지 더 어렵게 하고 싶었다"는 독한 변 감독은 단 하루의 언론 공개를 끝내고 다시 대표팀을 꽁꽁 숨길 예정이다. 런던에서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한 금빛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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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수 감독(위)-소총 국가대표 한진섭 나윤경 정미라 김종현 김학만 / 진천=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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