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최향남 선배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말 그대로 나이를 잊게 하는 맹활약이다. 롯데 자이언츠 우완 이용훈(35)은 5선발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이젠 선발진에서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됐다. 올 시즌 15차례 등판에서 5승 2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58을 기록 중인 이용훈은 다승·평균자책점 2개 부문에서 팀 내 선두다.
19일 문학 SK전 역시 호투가 이어졌다. 이용훈은 6이닝동안 안타 7개를 허용했지만 탈삼진 5개를 곁들이며 1실점으로 SK 타선을 틀어막아 한 달 여만에 승리를 추가했다. 특히 이날 승리가 더욱 뜻깊었던 이유는 최근 불거졌던 논란을 잠재우는 피칭을 펼쳤기 때문이다. 부정투구 논란이 벌어진 이후 2경기에서 11⅔이닝 동안 단 1실점을 하는 괴력투를 펼치고 있다.

최근 활약 덕분인지 20일 문학구장에서 만난 이용훈은 한결 가벼운 표정이었다. 이용훈은 "처음 호흡 맞춘 (용)덕한이랑 2회 까지는 잘 안 맞았다. 하지만 이닝 끝날 때마다 꾸준히 이야기를 했고, 볼 배합도 예전과는 다르게 가져갔다. 워낙 움직임이 좋아 투구할 때 타겟이 좋은 느낌이고 블로킹도 훌륭해 주자를 3루에 두고도 변화구를 편하게 던졌다"며 용덕한과의 호흡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곧바로 민감한 질문이 나왔다. 부정투구 논란이 현재 호투에 어떤 영향을 줬냐는 물음에 이용훈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솔직히 (논란에 대해)생각은 한다. 잊으려고 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걸 안다. 그걸 뛰어넘는 게 내 몫인걸 안다"면서 "지금은 좋은 말만 하려고 한다. 하찮은 생각은 날려버리고 좋은 생각만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용훈은 롯데 투수들 가운데 최고참이다. 게다가 최근 2년 동안 부진했기에 지금의 활약을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말 그대로 기적 드라마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이용훈은 "날 일으킨 한 마디가 있었다. 감독님과 코치님이 힘이 되는 말을 해 주셨다"고 했다. 양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이용훈을 불러 "아직 너 공은 위력적이다. 충분히 타자들에게 통한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주형광 투수코치와 가득염 불펜코치 역시 이용훈에게 "올해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아무것도 아닌 한 마디라고 생각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게는 정말 큰 응원으로 다가왔다. 감독님, 코치님이 날 믿어 주신다는 생각은 자신감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이용훈의 설명이다.

데뷔 첫 10승을 위해서는 체력안배가 중요하다. 날이 더워지며 이제 본격적으로 체력전에 들어간다. 이용훈은 "최향남 선배님께서 지금 내가 체력관리를 하는 데 큰 도움을 주셨다"고 했다. 최향남은 2008년까지 롯데에서 뛰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었다. 이후 독립리그를 전전하다 지난해 다시 롯데에 재입단한 바 있다. 그렇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1군 등판없이 7월에 팀을 떠났다가 이번에 KIA에 복귀했다. 지난해 이용훈은 2군에서 긴 시간을 보내며 최향남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용훈은 "더운 여름에 체력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적이 달라진다"면서 "향남이 형만의 노하우가 있었다. 좋은 것을 먹는 것 보다 어떤 생활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베테랑 투수로 (평소 생활에서 지켜야 할)세부적인 사항을 향남이 형에게 배웠다. 그게 지금 활약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끝으로 이용훈은 "나이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어떤 공을 던지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나이를 잊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용훈, 올 시즌을 데뷔 후 최고의 한 해로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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