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라의 도란도란] 김병현, 정말 야구만 아는 사나이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2.09.29 12: 08

"야구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지난 1월말 넥센 히어로즈에 입단한 '핵잠수함' 김병현(33)이 애리조나 서프라이즈에 위치한 넥센 스프링캠프에 합류했습니다. 그에 대한 괴소문(?)을 들어오던 기자는 현지에서 기대반 두려움반에 떨었죠. 그러나 들려오던 소문과 달리 김병현은 소탈했고 넥센 선수들과 거리낌 없이 어울렸습니다.
김병현에게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인사를 건네자 "한국말은 잘하니까요"라는 특유의 '쿨'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김병현은 "어린 나이에 미국에 혼자 넘어왔다. 가족들에게 피해주기 싫어 혼자 지내는데 너무 외로웠다. 그때는 어린 생각에 야구만 잘하면 되는 줄 알고 영어도 배우지 않았다"며 메이저리그 시절을 떠올리더군요.

김병현의 '건망증'을 증명하는 일화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김병현이 지난 2009년 WBC 때 여권을 분실해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자 사람들은 '부진한 실력을 보이기 싫어 일부러 그런 것 아니냐'며 수군거렸죠. 김병현에게 당시 상황을 묻자 "정말 여권을 잃어버렸었다. 국가대표로 불러줬는데 왜 가고 싶지 않았겠냐"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김병현이 넥센에 입단한 뒤 몇 번의 선발 등판 때 유니폼을 챙기지 못해 다른 선수들의 유니폼을 빌려입거나 변경 전 유니폼을 입은 해프닝을 보면서 '정말 여권을 잃어버렸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김병현은 이때도 "공만 잘 던지면 되는 것 아니냐"며 쿨하게 웃었습니다.
정말로 야구, 플레이 자체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지난 20일 잠실 두산전에서 한국무대 첫 승을 챙긴 김병현에게 감회를 물었습니다. 그는 "그냥 팀이 이겨서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에게 첫 승 기념구가 곧 지어질 야구 박물관에 기증될 것이라고 하자 짧은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걸 왜요?".
그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사하면서 메이저리그 우승 반지를 보관한 곳을 잊어버려 아직까지 못 찾고 있는 그의 성격은 지나치게 덤벙대는 것이긴 합니다. 잠시나마 곁에서 지켜본 그는 야구 그 자체에만 신경쓸 뿐 겉치레를 모르는 '야구 외골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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