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호-BK 희생양' 두산, 모습은 '대동소이'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6.21 06: 17

이번에도 결정력 부재로 인해 메이저리그 출신 스타 플레이어의 첫 승 희생양이 되었다. 그 와중에서 경기 내용은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달랐다. 박찬호(39, 한화 이글스)와 김병현(33, 넥센 히어로즈)의 한국 프로야구 첫 승 희생양이 된 두산 베어스의 경기력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두산은 지난 20일 잠실 넥센전서 상대 선발 김병현에게 6이닝 동안 4안타(사사구 5개) 1득점으로 묶이며 2-3으로 패하고 말았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12일 청주 한화전서는 박찬호에게 6⅓이닝 4안타(사사구 2개) 2득점으로 봉쇄당하며 시범경기서 고전했던 박찬호에게 첫 승을 선물했다.
박찬호의 희생양이 되던 당시 두산은 투구수 92개를 소모하게 했다. 시범경기 동안 확실한 위력을 선보이지 못하며 팬들의 우려를 낳았던 박찬호는 1회 2사 1,3루 위기에 몰렸으나 최준석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첫 회 위기를 넘긴 뒤 6회 이후 구위가 떨어질 때까지 어려움 없이 투구를 해나갔다. 3회 고영민-이종욱-정수빈을 단 공 세 개로 범퇴한 것은 이날 박찬호 투구의 백미였다.

25번의 타석 중 박찬호가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것은 13번으로 투구 내용만 보면 과감한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박찬호는 두산 타자들의 타석에서 모습을 예의주시한 뒤 숨을 한 번 쉬는 순간 빠른 템포로 공을 던져 타이밍을 흐트러뜨렸다. 그 결과 삼자범퇴 세 번에 선두 타자 출루 저지는 5차례로 크게 재미를 보았다.
 
선두 타자 출루가 어렵다보니 누상에서 선행 주자가 배터리를 위협하는 모습도 보기 힘들었다. 이날 두산 타자들이 박찬호-신경현 배터리를 상대로 수확한 도루는 1회 정수빈의 2루 도루 한 차례였다. 그나마도 신경현의 악송구에 편승한 감이 컸던 도루다.
김병현이 두산 타선을 상대로 기록한 투구수는 95개로 아웃카운트를 감안하면 박찬호보다 다소 많은 편이었다. 또한 볼넷 3개와 몸에 맞는 볼 2개로 제구력이 뛰어나지는 않았다. 투구 내용만 봤을 때는 김병현보다 박찬호 쪽이 조금 더 좋은 편. 김병현의 이닝 선두타자 출루 저지는 4차례에 달했으나 삼자범퇴 이닝은 1회 단 한 차례였다.
김병현 등판 경기서 아쉬웠던 점이라면 9번 타자로서 공격의 가교 역할을 해야 했던 정수빈이 본의 아니게 '이닝 클로저'가 되고 말았다는 점. 좌타자로서 김병현의 떨어지는 변화구를 공략해야 했던 정수빈은 2회 2사 1,3루서 3루수 뜬공에 이어 4회 2사 1,2루서 2루 땅볼, 6회 2사 1,3루서 우익수 뜬공으로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팀 내에서 정수빈은 떨어지는 변화구 공략 능력이 상대적으로 다소 떨어진다는 평을 받던 타자였다. 경기 전 김진욱 감독은 "김병현의 경우는 스트라이크존 좌우가 생각보다 좁다고 생각하면 고전하더라. 따라서 결정구로 선택할 떨어지는 변화구를 타자들이 파울 커트하는 모습 등으로 괴롭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김병현 상대 세 타석서 총 6구로 아웃카운트 세 개를 당한 정수빈의 20일은 좌타자라는 이점을 밀어 붙이기보다 '떨어지는 변화구 공략' 여부를 먼저 짚지 못한 점이 아쉬웠던 순간이다.
그러나 주자들의 베이스러닝은 좀 더 공격적이었다. 스리쿼터에 가까운 박찬호와 달리 김병현이 언더핸드 투수라는 점도 이유가 있었으나 두산은 김병현을 상대로 2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이종욱과 고영민이 이날 도루에 성공했는데 특히 고영민은 4회 사구 출루 후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과 함께 베이스 모서리를 잡고 오버런을 막으며 베이스를 훔쳤다. 고영민이 가장 좋았을 때 과거 정수근(전 롯데) 스타일로 도루에 성공하던 모습이 떠올랐던 순간이다.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은 검증된 거포 보유 여부와 함께 상대를 불안하게 할 수 있는 좋은 무기다.
좀 더 많은 사사구를 얻어내고 조금 더 공격적으로 누상에서 움직인 것은 박찬호 등판 때보다 좋아진 점이다. 그러나 두산 타선은 이번에도 결정력 부족으로 인해 박찬호에 이어 김병현의 첫 승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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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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