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호 감독 "진명호 10승하면 난 시의원 된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6.21 10: 10

"그럼 롯데가 우승하는거 아냐?"
20일 문학구장에선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시즌 8차전이 벌어졌다. 이날 SK는 좌완 에이스 김광현을 선발로 내세웠고 롯데는 우완 이상화를 올 시즌 처음으로 마운드에 올렸다. 일종의 깜짝 선발인 셈이다.
올 시즌엔 종종 깜짝 선발이 에이스를 잡는 경우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2일엔 LG 좌완 최성훈이 한화 류현진을 상대로 선발 맞대결을 펼쳐 승리를 따내기도 했다. 큰 부담 없이 선발 등판하기에 가끔씩 일을 내는 선수들이 나오기도 한다.

롯데로선 상대 에이스가 나온 경기에 깜짝 선발 카드를 내밀었기에 쉽게 승리를 예상하긴 힘든 상황. 그렇지만 롯데는 이미 한 번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지난달 27일 잠실 두산전에서 롯데는 원래 예정됐던 쉐인 유먼의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아 대신 진명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시 상대 선발은 더스틴 니퍼트.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진명호는 그날 5⅔이닝 1피안타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그렇지만 이후 두 차례 선발 등판에서 진명호는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해 결국 2군으로 내려갔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진명호가 1년에 한 번 제대로 긁히던 날이 그 날(5월 27일 두산전)이었나 보다"라며 기회를 살리지 못한 진명호를 안타까워했다.
이때 옆에 있던 이용철 KBS N 해설위원이 "진명호가 한 10승만 해 준다면 올해 롯데에 참 힘이 될 것"이라고 양 감독에게 이야기를 건네자 양 감독은 "진명호가 10승 하면 난 아마 올해 끝나고 부산 시의원이 될 것 같다"고 파안대소했다. 양 감독의 설명은 이렇다. "진명호가 10승 하면 올해 우리 우승할 거 아냐. 그럼 동래 쪽에서 시의원 출마하면 당선되지 않겠어?"
사실 양 감독이 뜬금없는 농담을 꺼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양 감독이 취임한 뒤 얼마 안 있어서 부산지역 유력 인사들과 식사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고 한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많은 사람들은 "롯데 자이언츠 우승을 기원한다"며 건배를 했지만 시의원 한 사람이 이의를 제기했다. 그 사람은 "만약 양승호 감독님이 롯데 우승시키면 동래구에서 시의원 출마할 것 아닌가. 그럼 난 어쩌란 말인가"라고 울상을 지었다고 한다.
결국 이날 이상화는 김광현을 넘어서지 못 했다. 오랜만에 마운드에 오른 탓인지 3⅓이닝 6피안타 2실점을 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비록 패전을 기록했지만 3년 여만의 등판 치고는 구위도 훌륭했고 무엇보다 정면대결에 나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롯데 5선발이 공석이 된 지금, 양 감독을 부산 시의회(?)로 보내 줄 마운드의 구세주는 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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