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을 참고 하다가는 더 오래 갈 수 있다".
한화 4번타자 김태균(30)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15~16일 문학 SK전에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돼 대타로만 출장했던 김태균은 17일 문학 SK전부터 19~20일 대전 LG전까지 3경기 연속으로 결장했다. 오른손 엄지손가락에 통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부터 알음알음 앓기 시작한 엄지손가락 울림 통증. 한대화 감독이 직접 보호령을 내렸다.
한대화 감독은 "태균이가 경기에 나서고 싶어 하지만 지금은 일단 쉬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타격 훈련도 하지 말고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균은 지난 19일 경기 전에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만 가벼운 티배팅을 소화했고, 20일 경기에는 타격 훈련을 하지 않았다. 엄지 통증이 오래가면 고질적인 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대화 감독은 삼성 박석민을 예로 들었다. "박석민도 예전 왼손 중지가 아팠는데 계속 참고 뛰었다. 배트를 쥘 때 손가락의 힘이 완전하게 들어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건 차이가 아주 크다"며 "손가락이 아픈데도 자꾸 참고 치면 점점 물리게 된다. 나중에 붓거나 부러질 수 있다. 잘못하면 수술도 해야 한다"는 게 한 감독의 설명이다.
실제로 박석민은 지난 2010년 시즌을 마친 뒤 왼손 중지 인대대건 수술을 받았다. 통증을 참고 뛰기에는 한계를 느꼈다. 수술 후 첫 해였던 지난해에는 통증이 남아있었지만 올해는 완전히 벗어났다. "손가락 통증은 겪어보지 않으면 누구도 그 마음을 알 수 없다. 민감한 부위이기 때문에 야구를 그만두는 날까지 신경 써야 한다"는 게 박석민의 말이다.
박석민 외에도 이승엽이 2007년 요미우리 시절 시즌 마친 뒤 왼손 엄지손가락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3년 정도 고생해야 했는데 수술까지 가지 않기 위해서는 미리미리 보호하는 수밖에 없다. 한대화 감독도 "손가락에 통증이 있으면 볼이 몸쪽으로 들어올 때 두려움이 든다. 타구가 막혀 통증이 올까봐 제대로 된 타격을 하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특히 개막 이후 줄곧 4할 타율을 유지한 김태균은 상대의 집요한 몸쪽 승부로 이 같은 울림 증상이 점점 더 악화됐다.
그래도 김태균은 마음이 급하다. 4번타자로서 팀이 어려울 때 보탬이 되지 못한다는 자책감 때문이다. 그래서 신경현·한상훈·최진행과 함께 앞장서서 머리를 삭발로 밀었다. 그는 "팀이 지금 어려운 상황에 있는데 4번타자가 아프니 죄송하다. 이럴 때일수록 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지금 상황이 답답하다"며 엄지 통증에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한대화 감독은 "아프지 않는 게 우선이다. 계속 상태를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3할9푼9리로 꿈의 4할 타율에서 내려온 김태균은 "지금 내게 있어 4할 타율이 중요한게 아니다. 4할 타율에서 떨어졌다고 홀가분한 마음이 드는 것도 없다. 어떻게든 팀에 보탬이 되어야 마음이 홀가분한 것이지, 지금 상황에서는 그런 마음을 느낄 수도 없다"며 "4할 타율을 떠나 팀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타율이든 팀 성적이든 지금보다는 안 떨어지고, 다시 치고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손가락 통증과 한대화 감독 보호령 아래 김태균은 바짝 칼을 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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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