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불펜에 희망의 기운이 솟는다. 좌완 투수 박정진(36)의 부활 조짐이 바로 그것이다.
박정진은 지난 20일 대전 LG전에서 4-1로 리드하던 9회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작은 이병규를 포수 파울플라이 처리하며 팀의 승리를 지켰다. 지난 17일 문학 SK전과 19일 대전 LG전에서 2경기 연속 세이브를 거둔 데 이어 3경기 연속 팀의 승리를 마무리지었다. 최근 5경기에서 3⅓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 행진. 눈에 띄게 구위가 회복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정진은 지난 2년간 한화 불펜의 절대 에이스로 활약했다. 2년간 통산 120경기에 나와 9승10패17세이브19홀드 평균자책점 3.16으로 한화 불펜의 수호신 역할을 했다. 2년간 무려 165⅓이닝을 소화할 정도로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절대 존재로 군림했다. 한화가 지난 2년간 버틸 수 있었던 것도 다름 아닌 박정진의 힘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중 왼쪽 어깨 미세염증으로 일주일 먼저 귀국한 후 치료를 받고 재활을 거쳤다.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한 채 재활군에서 몸을 회복하는데 집중했다. 지난 4월21일 1군 엔트리 복귀했지만, 지난달 25일 1군 말소 전까지 18경기에서 1승2패3홀드 평균자책점 13.50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2군에서 다시 몸을 추스른 후 지난 10일 1군에 재등록됐다. 1군 복귀 후 7경기에서 2세이브 평균자책점 1.59로 위력을 회복했다. 5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안타 2개를 맞았을뿐 볼넷과 사구 없이 삼진 4개를 뽑으며 1실점으로 막아냈다. 피안타율 1할1푼1리에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0.35. 이닝 자체는 많지 않지만 지난 2년간 보여준 위력을 조금씩 회복해가는 중이다.
박정진은 "스프링캠프 때 체력적으로는 많은 훈련량을 소화하며 몸을 만들었다. 그러나 투구훈련이 많지 않아 투구 밸런스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시즌 초반에는 투구 페이스를 빨리 올리려다보니 오히려 원하는 공을 던지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1군 복귀 후 확실히 달라졌다. 그는 "사실 아직 밸런스 자체는 좋지 않다. 하지만 팔 스윙에 스피드가 붙으면서 볼끝도 좋아지고 있다. 점점 더 좋아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정진은 지난 19일 대전 LG전에서 전광판 기준 최고 144km 직구를 던질 정도로 스피드가 올라왔다. 한대화 감독은 박정진에 대해 "구위가 많이 좋아졌다. 구위와 스피드가 살아나면 위력이 더해지는 스타일이다. 안승민과 함께 중요한 상황에서 상대 타자에 따라 기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투수 데니 바티스타가 중간에서 안정감을 찾은 뒤 마무리로 복귀하기 전까지 박정진이 마무리 역할을 맡아야 한다. 바티스타가 살아난다고 장담할 수 없는 만큼 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최근 팀의 8경기 중 7경기에 등판할 정도로 마운드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박정진이지만 "이제 몸이 아픈데 없다"고 자신한 뒤 "우리팀 마무리는 바티스타 아닌가.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이라면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수호신으로 돌아온 박정진의 빛나는 역투 속에 한화의 희망도 점점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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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