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와서 참 많이 배워간다.”
KIA 선동렬 감독은 지난 17일 군산 LG전을 앞두고 투구폼 노출로 고전했던 도미니카 출신 투수 헨리 소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여기 와서 참 많이 배워간다. 원래 외국인 투수가 한국에서 기량이 향상되는 경우가 많다”고 웃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소사는 직구와 슬라이더의 투구폼 차이가 상대팀에 포착됐고 공이 가운데로 몰리며 연이어 장타를 허용, 2경기 연속 7실점으로 무너졌었다. 선 감독은 흔들리는 소사를 향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보다는 하나에 집중할 것을 요청했다. 이미 자리 잡힌 투구폼을 뜯어고쳐서 소사에게 혼란을 주기 보다는 제구력 향상을 위한 팔 스윙 궤도의 수정만 꾀했다.

선 감독은 “소사의 구위라면 투구폼이 노출 되도 문제없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제구력이다. 안타를 맞는 타구가 모두 한가운데 몰린 공이었다. 제구력만 잡고 코너워크만 된다면 150km의 공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쉽게 맞지 않을 것이다”고 회자되고 있는 소사의 투구폼 노출을 제쳐두고 제구력을 잡는데 치중했다고 밝혔다.
결국 소사는 이날 8이닝 8탈삼진 무실점으로 선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원포인트 레슨에 화답했다. 이전과는 다르게 가운데 몰린 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직구는 상대 타자 몸쪽으로 예리하게 꽂혔고 슬라이더도 헛스윙을 유도할 만큼 홈플레이트 앞에서 날카롭게 떨어졌다. 이따금씩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여유도 보이며 한국무대 첫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올해 한국무대 2년차를 맞고 있는 LG의 레다메스 리즈 역시 한국에서 제구력 향상에 성공한 경우다. 올 시즌 초반 마무리투수로서 뼈아픈 실패를 맛봤지만 선발투수로 돌아와 지난해보다 마운드에서 안정된 모습이다.
지난 시즌 볼넷 하나 당 탈삼진 1.45개를 기록했던 리즈는 올해 5월 선발등판부터 볼넷 하나 당 탈삼진 1.92개를 올리고 있다. 피출루율 역시 작년 3할5푼3리에서 올해 3할4푼5리로 떨어졌다. 올 시즌 선발 등판만 놓고 보면 피출루율 3할2푼으로 이 부문 선발투수 10위 안에 자리한다.
제구력이 향상된 원인 대해 리즈는 “투구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고 머리가 왼쪽으로 쏠리는 버릇이 있었다”며 “투구 밸런스가 무너지는 주요원인이었는데 차명석 투수코치의 지도로 전지훈련 내내 이 부분을 수정하는데 집중했다. 덕분에 최근에는 예전보다 제구력이 안정됐고 낮게 깔리는 공도 마음껏 던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한화의 마무리투수 데니 바티스타도 소사와 리즈처럼 제구력 향상을 통한 부활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리그 정상급 마무리로서 한화의 뒷문을 확실히 지켰던 바티스타는 올 시즌 23경기 21이닝을 투구하며 볼넷 26개 평균자책점 6.43으로 고전했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제구력으로 블론세이브를 3개나 저질렀고 바티스타의 부진과 함께 한화도 되돌릴 수 없는 역전패를 당하곤 했다.
결국 바티스타는 제구력을 다듬기 위해 2군으로 내려갔고 총 12이닝을 소화한 두 번의 선발등판에서 볼넷 하나 만을 내줬다. 21일부터 1군 엔트리 등록이 가능한 바티스타는 일단 1군 무대에서 중간투수로 뛸 예정이다.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