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없이 던져라, 칠테면 쳐봐', '내 볼이 최고다, 타자를 얕보고 던져라'.
한화 3년차 우완 투수 안승민(21)의 모자챙 안에 새겨진 글귀들이다. 상대가 누구든 자신의 볼을 믿고, 정면승부하라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 안승민은 메시지를 실행에 옮기며 한화 불펜의 필승 계투로 확실하게 거듭났다.
안승민은 올 시즌 28경기에서 1승6패2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5.80을 기록 중이다. 선발 4경기가 포함된 4월 5경기에서 승리없이 4패 평균자책점 11.93으로 부진하며 바닥을 쳤다. 하지만 구원으로 전환된 5월 이후 23경기에서는 1승2패2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2.42로 눈에 띄게 향상된 피칭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세이브 2개 모두 동점 및 역전 주자를 둔 상황에서 따낸 1점차 터프세브였고, 홀드도 4개 중 3개가 동점 및 역전 주자를 넘겨받은 상황에서 기록한 값어치가 큰 홀드였다. 승계주자도 김성배(롯데)와 함께 리그에서 가장 많은 28명을 받았는데 단 6명만이 홈을 밟았다. 정상급 불펜으로 뜬 김성배와 같은 승계주자 실점률(21.4%)로 빼어난 위기관리능력을 뽐내고 있다.
이 같은 안승민의 활약은 아버지의 숨은 격려와 메시지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안승민은 4월 한 달간 극심한 부진을 보이며 선발진에서 빠지는 좌절을 겪었다. 말없이 지켜본 아버지는 아들의 모자챙 안에다가 직접 투수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글로 적어 남겨 놓았다. 생각이 많아진 아들에게 오히려 '생각없이 던져라, 칠테면 쳐봐'라는 문구로 초심을 강조했다.
아버지가 모자에 남긴 글을 본 안승민은 달라졌다. 잡념을 떨치고, 오로지 자신감 하나로 타자와 승부했다. 그는 "5월초 중간으로 내려왔을 때부터 이 모자를 계속 쓰기 시작했다. 마운드 오르기 전에 항상 글귀를 한 번 읽고 간다. 그때마다 각오를 다지고, 심적으로 강해지려 한다. 자신감도 생겼다. 이 모자를 쓴 뒤부터 잘 되고 있다"며 아버지에게 감사함을 나타냈다.
그는 아버지의 말을 실행으로 옮기고 있다. 최근 4경기에서 7명의 승계주자를 모두 잔루로 만들 만큼 위기 때일수록 더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승민은 "위기라도 그 상황을 생각하기보다는 타자와 승부에만 집중하려 한다. 위기 상황을 의식하지 않고 늘 하던대로 내 공을 던지고 있다"며 위기에 강한 이유를 밝혔다.
최근 6경기 중 5경기에 구원등판할 만큼 불펜에서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안승민은 "불펜은 공 하나에 끝날 수 있다. 한 타자도 쉽게 승부할 수 없기 때문에 1구 1구 혼신의 피칭을 하고 있다"며 "시즌 초반 나 때문에 아버지께서 많이 마음고생을 하셨다. 더 이상 아버지께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는 각오로 남은 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아들의 활약 뒤에는 언제나 아버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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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