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승부사 최향남, 돌아온 퇴근본능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2.06.21 07: 47

퇴근본능이 돌아왔는가.
KIA 돌아온 미들맨 최향남(41)은 지난 20일 대구 삼성전에 중간계투진으로 등판했다. 성적은 1⅓이닝 동안 퍼펙트. 2개의 탈삼진이 곁들였다. 팀은 10안타와 7볼넷을 얻고 숱한 기회를 맞았지만 득점에 실패해 0-0 무승부. 그마나 최향남의 든든한 투구가 위안거리였다.
연장 10회말 마운드에 오른 최향남은 노련했다. 톱타자 배영섭은 1루 뜬공, 박한이는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홈런타자 최형우는 1루땅볼로 처리하고 가볍게 이닝을 마감했다. 11회에도 등장해 4번타자 이승엽을 삼진으로 잡아내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그가 4명의 타자들을 상대로 던진 투구수는 불과 14개. 최형우와 이승엽 등 홈런타자들도 상대했다. 한 방이면 경기가 끝나는 아찔한 상황인데도 이름 값에 관계없이 피하지 않고 자신감 넘치게 볼을 던졌다. 최고스피드는 138km에 불과했지만 날카로운 변화구와 제구력을 곁들여 깔끔하게 막았다.
지난 5월 테스트를 받고 친정팀에 세 번째로 입단할 당시 그는 불펜의 예비군이었다. 미국에 머무느라 아직 몸이 완벽하지 않아 실전투입 시기도 가늠하기 어려웠다. 활약 가능성도 불투명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빨리 몸을 만들었고 지난 17일 1군 승격 통보를 받았다.
선 감독은 "불펜투수들이 많이 지쳐 있다. 여유를 주기 위해서도 최향남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필승맨 박지훈이 피로증세를 보이고 있어 지원군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곧바로 3경기에 출전해 무실점을 기록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지난 17일 군산 LG전 첫 등판에서는 2안타를 맞았지만 일부러 밸런스를 시험하기 위해 직구만 던진 것이었다. 19~20일 삼성전에서는 이틀연속 등장해 무안타로 막으며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최향남은 후배들에게 자신감과 적극적인 승부가 무엇인지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팡팡 던지면서 타자와의 승부를 주도했다. 선동렬 감독도 가장 만족하는 이유이다. 롯데시절 팬들은 서둘러 불을 끄고 내려가는 모습을 보고 '퇴근 본능'이라는 조어를 붙여주었다.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입단 23년째를 맞는 불혹의 승부사가 KIA의 허리를 지키기 시작했다.
sunn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