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서울과 수원 삼성의 라이벌전을 슈퍼매치라 부른다. 프로축구 최고의 라이벌들이 벌이는 최고의 경기라는 뜻이다. 하지만 지난 20일 두 팀의 경기는 '슈퍼매치'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너무나 부족하고 아쉬웠다.
이날 서울 월드컵경기장서 열린 FA컵 16강 서울과 수원의 경기는 원정팀 수원의 2-0 완승으로 끝났다. 수원은 3천 여 명의 원정팬들의 응원 속에 승리를 따내며 기쁨 속에 숙소로 돌아갔다. 서울전 5연승이라는 대기록도 가져갔다.
하지만 라돈치치의 부상은 아쉬웠다. 핵심 골잡이 라돈치치가 전반 1분 무릎 부상을 당해 전반 4분 하태균과 교체된 것. 흔들릴 뻔한 수원은 잘 막았지만 향후 경기 일정을 고려하면 골치가 아플 수 있는 상황이다.

라돈치치의 부상은 경기를 과열되게 한 기폭제가 됐다. 라돈치치가 전반 1분 부상을 당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90분 내내 심한 반칙들이 오간 셈이다. 서울과 수원 선수들은 거친 몸싸움으로 엄청난 반칙을 양산했고, 심지어 경기 종료 직전에는 한 차례 충돌을 일으키기도 했다.
문제는 경기 전 서울이 수원을 도발한 신경전이다. 서울은 수원이 K리그서 거친 플레이를 바탕으로 수 많은 반칙을 했고, 그 수가 리그 최상위권이기 때문에 '반칙왕'이라고 명했다. 수원으로서는 불명예였다. 서울의 논리대로라면 수원은 고의적으로 반칙을 많이 하는 페어플레이가 실종된 비매너 팀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라돈치치가 경기 시작과 함께 들것에 실려나갔다. 라돈치치와 충돌을 일으켰던 김진규에게 고의성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서울이 펼쳤던 주장대로라면 라돈치치의 부상은 김진규와 서울의 잘못이었다.
경기 후 최용수 서울 감독은 "상대가 워낙 거칠게 나와서 우리 선수들이 맞대응을 한 것 같다"고 수습했지만 이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최 감독의 말대로라면 라돈치치는 수원이 아닌 서울 소속의 선수여야 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이라면 거친 모습을 먼저 보인 쪽은 수원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았다.
게다가 전반 27분에는 수원 이용래가 서울 몰리나와 충돌로 머리에 붕대까지 감게 됐다. 이후 선수들의 태클은 평소보다 거칠어졌고, 쌓이고 쌓인 불만은 경기 종료 직전 선수들의 충돌로 이어졌다. 특히 김진규는 자신에게 백태클을 당한 오장은이 항의하자 과도하게 밀쳐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하기도 했다.
경기 결과나 내용 모두 서울의 완패였다. 수원의 영광스러운 자리가 마련되는 듯했다. 하지만 수원은 그 영광을 자신들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 경기 종료 직후 수원 직원이 서울 직원을 폭행한 것. 폭행의 시발점도 어린아이들 싸움처럼 유치했다.
사건의 시발점은 지난 4월 1일이다. 서울의 수원 원정에서 서울 측이 2군 선수들의 경기장 무료 입장을 요청했지만 수원이 거절했다. 관례적으로 구단끼리 묵인해 주던 일이지만 수원의 거절에 서울은 티켓을 구매한 후 입장했다. 문제는 20일 경기였다. 수원 측에서 선수들의 무료 입장을 요청했고 서울은 이전 사례를 바탕으로 거절했다. 이에 수원 직원이 불만을 표시했고 말다툼이 일어났다.
이는 경기 종료 후에도 계속됐다. 말다툼 과정에서 흥분한 수원 직원은 서울 직원을 때렸다. 서울 직원은 수원 직원에 맞은 이후 목에 응급 기브스를 하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수원 측은 "사소한 다툼이었다",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변명했지만 핑계일 뿐 이유는 아니었다. 명백한 수원 직원의 잘못이었다. 폭행은 어떤 이유에서라도 용서가 되지 않는 행위였다.
경기 전까지 일어났던 신경전은 팬들의 흥미 유발에 많은 도움이 됐다. 하지만 그런 신경전이 경기장 안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선수는 물론 구단 직원들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전혀 그러지 못했다. 모든 이들이 흥분해서 사고를 터트렸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위였다. 과연 그런 경기에 '슈퍼매치'라는 최고의 찬사가 어울릴까? 20일 경기는 절대 그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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