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극장가에 닮은 듯 다른 한국형 블록버스터 두 작품이 개봉한다. 서로다른 목적을 갖고 모인 집단 도둑이라는 설정이 비슷해 둘 다 한국판 '오션스일레븐'이란 소리를 듣고 있다.기발한 두뇌 회전과 대담한 범죄 행각을 다룬 케이퍼 무비(Caper Movie). 하지만 장르와 색깔은 전혀 다를 예정이다. 도둑들의 수장만 봐도 그 다른 성격을 알 수 있다. 한 쪽은 김윤석, 다른 한 쪽은 차태현이다.
김윤석이 이끄는 엣지있는 도둑들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 등 톱 원투주연보다는 집단 주연에 탁월한 감각을 보여왔던 최동훈 감독의 작품.

김윤석은 이번 영화에서 맡은 역할을 '마카오 박'으로 마카오 카지노에서 하룻밤에 88억 원을 땄다는 전설의 주인공이자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모든 계획을 설계하고 지휘하는 인물이다. 한국의 옛 동료들과 중국의 도둑들을 마카오로 불러 모으지만 진짜 목적과 의중을 짐작하기 어려운 비밀스런 인물이기도 하다. 다른 도둑 멤버들과 각각의 사연과 과거를 얽혀있어 재미를 더한다.
김혜수는 지금까지의 최동훈 감독의 영화들 중 가장 존재감을 드러낸 여배우이기도 하다. '타짜'에서 정마담 역으로 파격 도발을 보여준 김혜수는 이번 영화에서 미모를 겸비한 전설의 금고털이 팹시 역을 맡았다.
'타짜' 이후 '바람피기 좋은 날', '좋지 아니한가', '열한번째 엄마', '모던 보이', '이층의 악당' 등의 영화에 출연한 김혜수는 하지만 정마담 이상의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이번 작품은 그 만큼 부담이자 또 다른 기회일 듯 보인다.
옛 보스 마카오 박의 뒤통수를 노리는 도둑 '뽀빠이'로 나오는 이정재는 최 감독이 오래 준비한 회심의 캐릭터다. 뽀빠이는 팽팽한 대결을 펼치는 김유석과 김혜수를 놓고 삼각관계를 이루기도 하는 인물이다.
전지현은 결혼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이기에 의미를 지닌다. 그간 국내 작품보다 해외 활동에 주력해 온 전지현은 다소 부진한 성과로 국내 관객들에게도 멀어졌던 상태. 항상 시도하는 변신도 딱 '제 옷'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해 '엽기적이 그녀' 이후 대표작이 없다라는 평을 받았다. 그렇기에 이번 영화가 그의 필모그래피에 상당히 중요하다.
극중 '예니콜'이라는 캐릭터로 등장하는 전지현은 줄타기 전문 도둑답게 몸에 타이트하게 밀착되는 의상으로 8등신몸매를 자랑하며 김혜수, 김수현과 통통튀는 대사를 주고받는다. 김수현과 찍은 키스신은 예고편 공개만으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제작보고회에서도 전지현-김수현의 키스신에 대한 언급이 가장 화제가 됐다.
드라마 '드림하이', '해를 품은 달' 단 두 작품만으로 '대세'로 떠오른 김수현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영화의 히든카드라고 불릴 만 하다. 촬영 당시보다 크랭크업 후 폭발적으로 커진 인기로 영화에 톡톡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김수현이 연기한 순정파 신참도둑 잠파노는 페델리코 펠리니 감독의 영화 '길'에 나오는 안소니 퀸의 이름이기도 하다. '순정파 도둑'이라는 신선한 캐릭터로 적은 분량에도 제 것을 잘 챙겨먹을 수있을지 주목된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촬영도 앞두고 있는 김수현이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둘 다 통할 청춘스타로 거듭날 수 있을 지의 시험대다.
배우들이 아닌 최동훈 감독이 영화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수도 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와 1주차 개봉으로 맞대결을 펼치지는 최동훈 감독은 '크리스토퍼 놀란 VS 최동훈'이라는 감독 대 감독의 대결로 영화의 수장이 된다. 앞서 '전우치'는 '아바타'와의 경쟁에서 5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차태현의 유쾌상쾌 서빙고 털기
차태현이 사극과 블록버스터라는 낯선 도전을 펼친다. 조선시대 얼음을 소재로 벌어지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8월 9일 개봉을 확정 지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조선시대, 금’다 귀한 권력의 상징 얼음을 둘러싼 음모와 서빙고(西氷庫)를 털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시원한 작전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렸다. 3년 간의 강도 높은 기획과 준비를 거쳐 완성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작품으로 차태현, 오지호, 민효린, 이채영, 성동일, 고창석, 송종호, 천보근, 김향기 등이 출연한다.
조선 시대 각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서빙고를 통째로 턴다는 과정과 함께 생애 첫 사극에 도전한 차태현이 얼음 전쟁을 도모하는 리더의 모습으로 어떤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지 호기심을 자아낸다. 여기에 조선 제일의 무사 오지호와 매력적인 해녀로 분한 민효린, 땅굴파기의 1인자 고창석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의 모습이 어울려진다.
금보다 귀한 권력의 상징인 얼음을 대상으로 펼치는 화려한 액션과 치밀한 전략, 그 속에 담긴 코믹한 요소는 색다른 한국형 오락 블록버스터의 모습을 제시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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