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야수의 착각, 그 기록적 책임은 어디까지? (2)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2.06.21 08: 47

야구에서 수비수가 착각을 일으키는 유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가장 흔한 경우를 들라면 그것은 낙구지점 판단미스다.
2007년 8월 11일 당시 롯데 소속이던 최향남은 사직 두산전에서 경기 초반부터 터져 나온 외야수들의 잇단 낙구지점 판단미스와 포구 양보로 인해 대량실점하며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진 적이 있었다.
두산의 7-0 완승으로 끝이 난 그날 롯데 선발투수 최향남의 기록은 4이닝 8안타 6실점. 반면 롯데 야수들의 실책은 단 1개도 기록되지 않았었다. 기록지만 놓고 보면 최향남이 난타를 당해 조기 강판 당한 것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 속사정을 아는 사람들 중 그날 팀 패배의 책임을 물어 최향남에게 돌을 던질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그러면 그날 기록적으로 롯데 외야수들의 어이없는 플레이들에 실책이 주어지지 않은 까닭은 어디에 있었을까?
일반적으로 플라이타구를 야수들이 서로 잡기를 미루다 아무도 잡지 못하고 땅에 떨어진 경우, 기록해석상 일반적으로 실책이 아닌 안타로 기록하고 있다. 일명 ‘신시내티 안타’라고 알려진 양보안타는 바로 이러한 상황에 적용되는 야구용어이다.
이 외에 평범해 보이는 플라이타구를 야수가 잡지 못했음에도 야수에게 실책을 기록하지 않는 경우가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은 낙구지점을 완전히 잘못 짚어 포구에 실패했을 때이다. 물론 야수가 잡기를 시도하다 자기 부근에 타구를 떨군 경우, 기록적으로도 실책을 부과하고 있지만, 그 낙구지점이 야수가 판단한 것과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일 때에는 실책보다는 안타로 기록되고 있는 것이 기록적 현실이다.
지난 6월 13일 롯데는 1-0으로 앞서가던 사직 두산전 7회초 2사 만루의 위기에서 유격수 부근에 높이 뜬 플라이타구를 유격수 신본기(롯데)가 낙구지점을 잘못 파악, 포구시도를 일찍 접고 좌익수에게 미뤘다가 결국 아무도 잡지 못해 실책성 싹쓸이 안타를 허용하고 말았는데, 이 경우 역시 낙구지점 판단미스에 양보까지 더해져 벌어진 일종의 야수 착각성 플레이였다.
이러한 낙구지점 판단미스에 따른 포구실패에 실책기록을 부과하지 않는 이유는, 규칙에 명시된 일종의 ‘야수 판단착오’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규칙에 야수의 판단착오는 실책으로 기록하지 않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는 공식기록이 지나치게 선수의 기량이 아닌 기능을 재단하는 쪽으로 치우칠 수 있는 위험성을 사전에 막고, 가능한 한 사관의 주관이 배제되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볼 수 있다. 즉 기록원이 선수를 가르치는 감독이나 코치의 눈으로 선수의 플레이를 평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객관적 시야 유지를 위한 목적의 규정인 것이다.
좀더 풀이하면 선수가 나름의 상황에 맞는 플레이라고 생각해 가져갔지만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을 경우, 이는 저마다의 생각과 판단 차이 범주 안에 두어 실책이 아닌 착오쯤으로 좋게 봐 주라는 말로 바꿔 표현할 수 있겠다.
또한 6월 7일 한화의 류현진은 대전 롯데전서 3-0으로 리드하던 2회초 무사 1루 상황 때, 황재균(롯데)의 1루쪽 보내기 번트타구를 파울지역으로 굴러나갈 것으로 짐작, 잡지 않고 따라가며 구경만 하다가 타구가 흘러나가지 않는 바람에 내야안타를 헌납하고 만 일도 결과적으로 야수의 판단착오로 간주되었기에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았던 경우이다.
이처럼 야구의 판단착오는 선수의 생각과 객관적 사실 또는 상황이 일치하지 않고 서로 어긋났을 경우에 적용되는 말로, 야구기록에서는 실수 정도로 치부해 기록상 실책으로는 기록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착오가 아닌 ‘착각’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착각이란 어떤 사물이나 사실, 상황을 실제와 다르게 지각하거나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그 상황에서는 나올 수 없는 전혀 엉뚱한 플레이를 지칭한다고 하겠다. 아웃카운트를 착각해 공을 엉뚱한 곳으로 던지는 경우, 태그상황이나 포스상황을 착각해 의당 해야 할 플레이를 하지 않은 경우, 심판원의 제정이 내려지지 않았는데도 지레짐작으로 판단해 마땅히 했어야 할 플레이를 하지 않은 경우, 규칙을 착각해 엉뚱한 플레이를 가져간 경우 등등이 착각의 테두리에 넣을 수 있는 플레이들이다.
이러한 플레이들에는 ‘그럴 수도 있지’ 정도의 관용이 끼어들 틈이 없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플레이들로 간주된다. 따라서 기록적으로도 용서가 없이 대부분 실책이 주어진다. 딱히 마땅한 규정이 없다면 기록원의 재량권으로라도 그 책임을 될 수 있는 한 묻고자 하는 것이 현 기록의 정서다.
‘착각과 착오’. 일상생활에 비슷한 뜻으로 쓰여 그게 그것 같지만, 이처럼 야구기록에 있어서는 그 미묘한 차이를 비집고 서로 다른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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