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식(21, 삼성 외야수)은 행복하다. 파란 유니폼을 입고 1군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으니까. 조금씩 경험을 쌓아 가면서 하나씩 배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20일 대구 KIA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정형식은 "처음에는 경기 출장이 들쑥날쑥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불안했고 잘 되면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씩 알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20일 현재 타율 2할4푼7리(93타수 23안타) 3타점 23득점 10도루. 안타의 짜릿함보다 출루에 더 무게를 두려고 한다. 개인보다 팀이 우선이니까. 특히 타석에서 최대한 물고 늘어지려는게 그의 첫 번째 목표다. "타석에서 쉽게 물러나지 않으려고 한다. 풀카운트까지 가면 삼진을 당하더라도 나쁘지만은 않다. 끝까지 투수들을 괴롭히는게 타자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공수주 3박자를 고루 갖춘 정형식에 대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러면서 "올 시즌 최대한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약속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전훈 캠프 때 기사를 보면서 잘 해야 한다는 마음 때문인지 부담감도 없지 않았다"고 털어 놓았다.
"(전훈 캠프 때) 정말 열심히 했었다. 아침, 점심, 저녁 뿐만 아니라 특타 훈련까지 했으니까". 겨우내 흘린 땀방울 덕분에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진흥고를 졸업한 뒤 2009년 프로 무대에 뛰어든 정형식은 "프로야 와서 이름을 알리고 싶긴 한데 욕심을 부리면 생각이 많아진다. 행동도 주춤하게 되고 결정을 제대로 못한다"며 "처음에 방망이가 잘 맞을땐 단순했었다. 그저 '공보고 공치기'로 하니까 잘 맞았다. 그러나 안타를 쳐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진 뒤 안타가 나오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생각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잘 해야 한다는 중압감 대신 마음을 비우기로. 정형식은 올 시즌을 앞두고 100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7푼 30도루를 목표로 내걸었다. "2할7푼 30도루를 달성하려면 100안타 정도 쳐야 한다. 타율 2할7푼 30도루 안에 모든게 포함돼 있다".
정형식은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한 마디 던졌다. "여기 많이 붙어 있는게 목표다". 그의 간절한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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